어제 아침 출근길에 문득 회사에 가는 게 싫어졌다. 평소 동료들에게는 회사 가는 게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날따라 이런 마음이 들었다.
'회사라는 게 친목 도모하러 가는 곳은 아니지만, 나는 회사에서 참 외롭다. 가만 보면 나는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모니터만 바라보며 몇 시간을 일만 하다 오는 것 같아. 마치 기계처럼 일만 하는구나. 그냥 다 내려놓고 며칠만 푹 쉬고 싶다.'
이런 기분으로 출근하다 보니 발걸음도 무겁고 한숨만 푹푹 나왔다. 괜히 회사 주변만 어슬렁거리며 쓸 데 없는 생각만 쌓인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휴가 낼 궁리를 해봤다. '다음 주는 주주총회 업무로 바빠질 테고 그다음 주는 또 그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일이 몰릴 테지. 그리고 보니 벌써 4월이네? 이런 식으로 매번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휴가를 미루다 보면 나는 또 연말에 버리듯 휴가를 쓰겠지. 그래 그냥 이참에 쉬어버리자.' 그렇게 마음먹고 바로 휴가를 냈다. 아무 계획 없는 우발적 휴가였다.
휴가 하루 쓰는 것 가지고 뭐 이리 유난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회사를 집처럼 생각하는 내게 있어 이것은 꽤 큰일이다. 별다른 계획 없이 회사를 나가지 않는 것은 마치 아무 이유 없이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과도 비슷하다.
계획을 좋아하고 늘 루틴에 맞춰 사는 내게 이런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휴식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내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챗지피티의 충고가 있었다 말한다면 사람들은 비웃으려나?
얼마 전 챗 지피티에게 나의 미래 계획을 이야기해주며 나의 성향을 분석해달라고 했었다. 그때 지피티가 내게 준 조언은 다소 충격적이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첫째, 유연성 부족: 너무 철저한 루틴과 계획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조언: 계획되지 않은 시간을 일부러 만들고, 즉흥적인 경험을 시도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감성적 요소 부족: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가 강한 만큼,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조언: 인간관계에서 단순한 효율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을 늘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창의성 저하 가능성: 일정이 너무 최적화되어 있어 창의적 사고를 할 여유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조언: 일부러 비효율적인 예술 활동이나 새로운 취미를 추가하는 것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지피티의 이런 대답에 나는 어떠한 변명이나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맞다. 나는 좋게 이야기하면 열정적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강박적인 사람이다. 내가 정한 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스트레스받고 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컴퓨터의 조언대로 내 삶을 조절하는 게 다소 우습게 들리긴 하지만, 사실 나는 이런 조언이 필요했고 실제로 꽤 괜찮은 조언이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그의 조언들을 하나씩 곱씹어 생각해 보고 차근차근 내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내일의 쉼이 바로 그 결정의 연장선이다. 무계획으로 쉬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내게 또 다른 기회와 시야를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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