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

by 오제이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렸다. 내가 짜둔 코드는 제법 괜찮은 것 같았는데, 서버에만 올라가면 문제가 됐다. '아, 서버 설정 권한은 내게 없는데...' 하지만 그렇게 상황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했다.


나는 우회 기법을 고민해 봤다. 네 다섯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시도한지 모르겠다. 고민이 깊어졌다.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방법이 있긴 있는 걸까? 일단 구멍 난 옷을 대충 기워 입듯, 임시방편 코드로 어찌저찌 뷰를 구현하고 퇴근했다.


집에 와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코드 순서의 문제인가? 나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테스트해 본 것 같은데 왜 안될까? 스테이징과 운영 서버 쪽 설정이 다르게 되어 있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해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샤워 중에 불현듯 해법이 떠올랐다. 심지어 코드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덕분에 아침 출근 준비는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신이 난 발걸음으로 후다닥 회사로 튀어갔다.



사실 이런 일은 한두 번 있던 게 아니었다. 회사에서 진득하니 고민하는 것보다. 장소를 바꾸거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답이 떠오르는 날이 많다.


얼핏 알기로는 인간의 두뇌는 잠을 통해 깊은 사고를 처리하고 그날에 있던 기억 중 저장할 메모리를 구분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처리 과정에서 이처럼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간의 두뇌는 경이롭다.


잘 풀리지 않는 고민을 가지고 있을 때는 잠을 충분히 자고, 기분을 환기시키는 게 꽤 도움이 된다. 물론 고민을 가진 채로 잠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면 내심 기대도 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다 해결될 거야. 내일의 나야 힘 내렴.'


마음을 편히 먹자. 어차피 지금 어쩔 도리도 없지 않은가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분대로 하지 말고, 규율대로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