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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에서 멈춤으로

by 오제이


나는 늘 의욕이 넘치는데, 그에 비해 행동이 따라주지 못할 때가 많다. 마음속으로는 동료에게 사려 깊게 대하자고 다짐하지만, 막상 현실에선 그러지 못한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별생각 없이 툭 내뱉은 말실수로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동료의 노고를 제때 챙겨주지 못해 군색하고 민망했다. 미안함에 가슴이 쓰렸지만, 그렇다고 사과할 정도인 일은 아니라 무안하기 짝이 없었다.


'바빠서', '정신없어서'. 매번 이런 핑계로 스스로를 달랜다. 그러나 변명은 말 그대로 변명일 뿐, 아무리 쏟아내 봐도 마음이 편해지진 않는다. 솔직히 나도 알고 있다. 정말 그 정도로 바빴던 건 아니었다는 것을.



요즘 회사 일과 개인 사업에 푹 빠진 통에 정신없이 살고 있다. 근데 이 그 정신없음이란 게 단순히 바빠서라기보다는, 재밌어서, 또는 할 일이 많아서 그런듯하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관계에 소홀해진다. 욕심 같아선 그것마저 다 챙기고 싶지만, 내 에너지 그릇은 아직 그만큼 크지 않은가 보다. 스스로 한계가 느껴질 때마다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다.


이 와중에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는 나를 보면,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겠다. 하지만 나는 운동과 독서가 내 개인 사업의 일부라는 작은 변명을 덧붙이고 싶다.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네 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냐?'라고. 미안하지만 그럼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최근엔 이렇게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래 나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며 점점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어릴 땐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삶의 목적이라 믿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멈춰있는 순간에서 그것을 발견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심 숨을 고르며 나를 되돌아보는 이 시간이 참된 나를 발견하게 만드리라.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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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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