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기가 힘을 주는 이유

by 오제이


오늘 아침 복도에서 세 가지 향기를 맡았다. 향기는 보통 좋은 쪽에 쓰는 말이지만, 나는 왠지 냄새라는 말이 싫어서 시작하는 문장에서만큼은 향기라고 부르고 싶다.



첫 번째 향기는 왁스 칠 한 복도가 풍기는 퀴퀴한 냄새였다. 이건 내가 삼성동에서 일할 때 우리 회사 계단에서 난 냄새와 비슷했다. 당시 청소하시는 도우미 직원분이 얼마나 열심히신지 매일 같이 바르고 닦고 하셨더랬다.


삼성동으로 출근할 때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었다. 결혼도 하고 몸이 망가질 정도로 철야 근무도 하고 별일을 다 겪었다. 그래서인지 그 냄새를 맡으면 내가 겪은 그 모든 순간이 한꺼번에 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자주 맡을 수 없는 냄새라서 그런지, 가끔 이 냄새가 풍겨오면 감수성이 풍성해진다.



두 번째 향기는 연회장의 음식 냄새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회가 끝나고 난 뒤 뷔페 음식을 치울 때 나는 냄새다. 나는 이 냄새만 맡으면 힘이 불끈 난다. 다시는 이 냄새를 맡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다.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 나는 연회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그 아르바이트는 내 나이 또래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었다. 지금으로 보면 음식 배달과 비슷하다고 할까? 쉽게 말해 체력과 돈을 바꾸는 일이었다.


연회장 일은 너무 힘들었고 몸도 많이 상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좋은 일을 구할 수 없었기에 주어진 상황에 수긍하며 최선을 다해 일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얼른 성장해서 결코 이곳으로 되돌아오는 일은 없게 하자고.



세 번째 향기는 카펫 냄새였다. 사무실 바닥에 깔린 직물에서 나는 냄새인데, 그게 정확히 카펫인지는 모르겠다. 지금 우리 사무실 바닥은 나무인지라 맡을 수 없는 냄새지만, 가끔 복도를 지나갈 때 그 냄새가 나곤 한다. 같이 입주해있는 다른 사무실들은 카펫을 깔았으려나 모르겠다.


카펫 냄새가 나면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생 시절 이모부와 함께 사무실 청소를 하러 다닐 때의 기억이다. 당시 이모부는 사업이 잘 안 풀려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태셨다.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맡아서 하던 와중에 보수가 괜찮고 작업환경이 비교적 나은 일을 발견해 내 생각이 나셨던 것 같다. 당시 일감이 필요하던 나에게 그 일을 소개해 줬다.


사무실 청소는 생각보다 편했다. 아 참, 정확히 말하자면 사무실 바닥 청소였다. 독일산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사무실 바닥을 물세척하는 일이었다. 물탱크가 달린 진공청소기는 앞쪽 노즐로 물을 분사하고 뒤쪽 호스로 물을 빨아당기는 구조였다.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나는 그저 기계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되니 별로 힘들 것도 없었다. 그때 그 사무실의 바닥이 카펫이었고, 그 카펫에 물이 닿았다 증발하며 나는 냄새가 내가 느끼는 카펫 냄새였다.



이렇게 어떤 향기를 맡으면 그 당시의 기억이나 느낌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내가 지난 시절 일하며 느꼈던 향기를 연달아 맡게 됐다.


'맞아, 그랬었지.'


라며 추억하고 머금기에는 너무 쓰리고 힘든 기억들이 많다. 오히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가슴속에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그때의 다짐을 잊지 않길, 그때 꿈꾸던 미래를 실현시키길.'


오늘은 향기가 전해준 힘을 안고 하루를 시작해 본다.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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