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사진을 찍는 이유

by 오제이


어제는 하늘이 회색빛이었다. 안개인 듯 먼지인 듯 뿌연 입자들이 거리 위를 떠다녔다. 남산 위에 서울 타워가 마치 구름 위로 솟은 것처럼 보였다. 대기 오염의 심각함보다는 그 풍경이 만드는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감탄사만 연발했다.


스마트폰을 들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마치 관광객이 된 것처럼 서울 을지로와 종로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았다. 매일 보는 곳을 매일 같이 찍는다. 가만 보면 어제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거리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제와 완전히 똑같은 순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 싶어 틈날 때마다 셔터를 누른다.


사진을 찍음으로써 기억되는 것은 피사체가 아니다. 나 자신이다. 비록 사진 안에 내 모습이 담기지는 않지만, 그 사진을 찍은 작가로서 나의 모습 생각 느낌 같은 것들이 사진 안에 남는다. 그래서 나중에 사진을 꺼내 보면 그때의 내가 기억나고, 가끔은 그 공간의 향기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내가 1년 동안 찍는 일상 사진은 4천 장 가량.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하루에 10장 정도를 찍는 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7~8천 장씩을 찍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사진 찍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사진이 일상을 오롯이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내 기억의 한계를 보완하는 용도로는 이만한 게 없다. 기억이란 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고 어떤 기억은 영영 사라져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사진을 꺼내어 보면 꺼져가던 불씨도 금세 활활 타오른다.


나의 2025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 미래의 내게 잘 보이고 싶어진다. 당장은 궁핍하고 초췌할지언정 미래의 내가 과거를 추억할 때 연민에 빠지지 않기를 마라는 마음으로, 잘 사는 모습, 좋은 모습, 예쁜 것들만 애써 담아내고 싶은 욕심도 난다.


그러나 그렇게 찍은 사진 안에도 나의 현재는 고스란히 남는다.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언정, 분위기나 구도 색채 등에서 당시의 생각과 감정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구태여 거짓된 모습을 지어낼 필요가 없다.


카메라가 향기나 감정까지 담는 세상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가장 먼저 찍게 될까.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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