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뿔테안경을 쓴다. 꽤 크고 강렬한 안경으로 렌즈에는 약간의 틴트가 그러데이션으로 칠해진 조금 사치스러워 보이는 제품이다. 안경을 쓰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부터인데, 어려서부터 안경을 써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꾸준히 쓰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몸이 적응했고, 이제는 안경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편할 정도가 됐다.
사실 나는 눈이 좋다. 어릴 때부터 건강 검진을 하면 늘 2.0에 가까운 시력 점수를 받아왔다. 성인이 되어서도 점수는 잘 유지됐고 지금도 여전히 제법 멀리 있는 것을 잘 볼 정도로 눈 건강이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경을 쓰기로 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다. 형광등이나 모니터에서 나오는 인공조명이 수면을 방해한다는 말이 주효했다. 게다가 평소에도 모니터를 보며 눈을 찡그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일과를 마칠 때 즈음이면 눈이 시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한 번은 이 증세 때문에 안과에 찾아갔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눈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니 선글라스를 써서 눈에 들어오는 밝기를 조금 낮춰보라고 권해주셨다. 아마 이때 받은 권위자의 조언이 내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게 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두 번째 큰 이유는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서다. 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유명인이 되는 걸 꿈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유명인이 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남들과 다른 독보적인 능력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능력이 출중에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그러면 좀 더 쉽게, 그러나 강렬하게 누군가의 인상에 남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아이템을 착용하는 게 그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옷이나 머리, 액세서리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빨간 안경 하면 이동진 평론가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 안경을 쓰게 된 이유는 안경을 쓰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시야가 넓어야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시야가 좁아야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평소에 주변 풍경에 시선을 많이 뺏기는 타입이라, 시야가 넓으면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쳐다보느라 신경이 피로해지곤 한다.
그래서 뿔테안경으로 시야를 좁혀두면 내가 주의를 기울이고 싶은 것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어 눈과 머리에 받는 피로가 조금은 줄어든다. 경주마들이 좌우를 못 보게 가림막을 놓는 것도 이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라고 알고 있는데,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다.
30년 넘게 안경을 쓰지 않고 살았지만, 막상 필요하다 느껴 쓰기로 결심하니 또 금세 적응하는 걸 보면서, 사람의 적응력과 의지가 지닌 힘에 대해 깊이 감탄하게 된다.
모든 변화는 그것을 시도하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심의 바탕에는 스스로 납득할 만한 필요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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