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의 악순환을 끊는 힘

by 오제이


세상에는 쉬는 게 힘든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집에 가만히 있는 데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거다.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 법도 하겠지만, 번듯한 직업이 있음에도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숨 가쁠까. 늘 뭔가에 쫓기며 사는 사람들일 거다. 더 해야 한다는 부담감,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압박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일 테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 서른 살의 나도 비슷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던 날이 많았으니까. 삼십 대의 어느 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허무함이 밀려왔다. 오늘 회사 일에만 치여서, 나 자신을 위한 건 단 하나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사 일만으로도 벅찬 인생, 이렇게 피곤한 삶이 과연 괜찮은 건지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 회사에서도 피곤하고, 또 그렇게 피곤한 상태로 일하니 일에 속도가 잘 나지 않아 오랜 시간 회사 일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집에 오면 다시 어제의 고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피로가 다음 피로를 불러오는 그 끔찍한 고리를 떨쳐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디 마법 같은 약이라도 있어서 한 번에 모든 걸 바꿔놓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세상에 없다. 결국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이는 수밖에. 하루하루 무던하게, 미세하더라도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풍경이 달라져 있다.


예전에 아내와 서울타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였다. 아내가 창밖을 보며 “풍경이 바뀐 것 같아”라고 말했다. “정말? 난 전혀 못 느꼈는데?” 그 레스토랑은 360도 회전하는 곳이었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100분, 어림잡아 계산하면 1분에 4도씩 움직이는 셈이다. 넋 놓고 바라보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속도다. 하지만 잠시 다른 데 집중했다 창밖을 바라보면, 확실히 풍경이 달라져 있다. 나도 모르는 새 타워는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천천히, 꾸준히 움직이는 힘은 대단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을 바꿔놓는다. 지금 당장 삶이 팍팍하고 비참하더라도, 매일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문제는 변화가 처음부터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작 단계에서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미 있는 변화는 성공 직전에서 발생한다. 성공을 향한 곡선은 완만한 능선이 아니라 급격히 치고 올라가는 뾰족한 곡선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피곤하더라도, 몸이 결리고 불편하더라도, 단순하게 한 걸음만, 힘을 내 1cm만 더 움직이고 내디뎌보자. 꾸준함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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