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경고음

by 오제이


"삐이- 삐이- 삐이- 삐이-"


우리 동네 주차장에서는 가끔 아무도 없는 와중에 도난 경고음이 울려댄다. 처음엔 이 소리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밖을 내다보고, 어느 차에서 울리는 건지 찾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별일은 없었다. 그냥 소리만 요란하게 울릴 뿐, 차주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 계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차를 누가 건드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나 자주 울린다면 차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나도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몰던 차가 노후화되면서 센서에 문제가 생겼었다. 고양이가 자동차 보닛 안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경고음이 울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큰일은 아니었다. 정비소에 가면 금방 고칠 수 있는 문제였다. 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큰 비용이 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해당 차주는 그런 문제가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 몇 달이 넘도록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소리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버려진 차도 아닌 것 같다. 꾸준히 주행도 하고 있으니 배터리도 방전되지 않는 것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만약 차주가 자신의 차에 문제가 있는 걸 모른다면 어떨까? 나 같은 경우에야 주차장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방음도 잘되지 않는 오래된 집에 머물다 보니 소리가 잘 들리겠지만, 만일 차주가 다른 동에 살거나 방음이 잘 되는 집에 산다면 자기 차에서 나는 소음을 모를 수도 있겠다.


만약 그렇다면, 누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차주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살게 되는 셈이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마치 후각이 둔해서 자기에게 나는 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 같달까?



이런 상황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봤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쩝쩝대며 밥을 먹는다거나, 수시로 한숨을 내쉰다거나, 다리를 떨며 소음과 진동을 만든다거나. 사소하지만 누군가에 신경 쓰일법한 일들 말이다.


나는 남의 티끌을 보고 일일이 그것을 지적하고 탓하기를 삼가는 편이다. 그런 데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괜한 기운만 소모되기 때문이다. 남의 문제는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내 기분뿐이다. 다른 사람의 태도는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끝에 남는 것은 내 마음이니까.



주차장의 경고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어쩌면 차주는 영영 그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소리도 언젠가 멈출 테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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