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몸이 유난히 무거웠다.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납덩이처럼 가라앉았고, 그대로 일어났다간 정말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상태로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그냥 휴가 내고 푹 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 그 생각이 어느새 이불 속을 침투해 나를 꼭 껴안았다.
그래도 일단 일어나보기로 했다. 씻고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본 다음에, 여전히 상태가 나쁘면 그때 다시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침대 끝에 걸터앉아 가볍게 팔을 들어 올리고 목을 돌렸다. 눈꺼풀은 아직 무겁고 몸동작은 느린데도, 다리에는 생각보다 힘이 있들어갔다.
곧이어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을 틀어 온 몸을 천천히 적셨다. 물줄기가 등골을 따라 흐르는 순간, 묘하게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샤워를 마치며 찬물로 비눗물을 헹구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 그냥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산뜻한데?’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내 몸이, 아주 교묘하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감쪽같이 속여 나를 침대에 붙잡아두려 했다. 꾀병을 부리고 아픈 척 하며 하루 종일 늘어지고 싶은 느낌, 마치 다이어트 중 느끼는 가짜 배고픔 같은 것이랄까? 실제로 배는 고프지 않지만 무언가를 먹어야만 할 것 같은 신호를 보내는 그 익숙한 속임수. 몸은 때때로 그런 식으로 정신을 흔든다. 하지만 나는 쉽게 속지 않는다. 그럴 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나는 이미 몇 번이고 배웠다.
“와~ 요거 재밌겠는데?”
이 한마디로 나는 오히려 몸을 속인다. 뭔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 다가오면, 마치 흥미로운 게임 미션이라도 만난 듯 마인드를 세팅한다. “일주일 만에 이걸 개발해야 한다고? 와~ 요거 재밌네?” 꼭 누가 나에게 퀘스트라도 던져준 것처럼, 상황을 그렇게 납득시킨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텐션이 올라간다. 몸도 그 생각을 믿는 듯, 평소보다 가볍고 유연하게 반응한다. 몸이 나를 속일 수 있다면, 나라고 몸을 속이지 못하란 법은 없지 않은가.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몸이 아니라 정신이라는 걸, 나는 안다. 유년 시절에도 그런 경험이 많았다.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면 머리가 아프다고 느껴졌고, 시험을 앞두고는 배탈이 났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꾀병이라고 의심했지만, 실제로 열이 오르고, 배가 아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몸은 무고했다. 그저 정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 겁이 난 건 내 마음이었고, 피하고 싶었던 것도 마음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행동한다. ‘무조건 움직이고 본다.’ 움직이고 나면, 진짜 무리인지 아닌지를 비로소 알 수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건 힘들 거야’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건, 애초에 진실을 마주할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다. 정말 몸에 무리가 온다면, 그땐 멈추면 그만이다. 그 간단한 원칙 하나가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부를지도 모를 나의 실행력은 결국 몸의 거짓말에 대한 일종의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매번 속지 않겠다는 나만의 조용한 반격. 나는 오늘도 그 반격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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