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는 바다처럼

by 오제이


“나는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고, 코딩도 잘하고 싶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싶어. 그렇다고 내가 세계 1등이 되겠다거나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작고 소박한 바람인데…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혹시 나는 의지박약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앞서 있었지만, 정작 그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채 식어버린 국처럼 남아 버리기 일쑤였다. 마치 파스타와 순두부찌개, 샌드위치, 초콜릿 케이크를 한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둔 것처럼, 조화롭지 못한 열망들이 나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욕심은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한 가지를 할 때도 여러 번 생각하고 망설이게 마련인데, 네 가지를 동시에 하려고 한다면? 생각도, 판단도, 그 무게도 네 배가 된다. 그 욕심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네 배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결과에 다다르기까지의 피로와 의심, 번민도 네 배일 거라는 사실은 자주 잊곤 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조금 느슨히 잡아보려 한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을 한다. 물론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스스로를 다그치고 아프게 하는 순간이 쌓이면, 그 아름다움도 언젠가는 상처가 된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조그만 실수에 자책하지도 말고, 깊은 호흡으로 자신을 안아주자. 어리석음보다 무서운 건 스스로에게 무정해지는 일이다.



바다처럼 넓은 가슴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에는 늘 파도가 인다. 잔잔할 때도, 거세게 몰아칠 때도 있다. 그럴 땐 멈춰서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자. 지금 내가 향하는 방향이 욕심인지, 진짜 원하는 것인지, 흐린 거울에 불을 밝혀 보듯 맑은 정신으로 들여다보자.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는 없다. 흔들리는 만큼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과정이야말로 삶의 뿌리다. 아무리 강한 바람도 단단한 마음은 꺾을 수 없다. 그러니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은 간직하되, 모든 걸 한 번에 이루겠다는 조급한 마음만큼은 놓아주자. 지금은 바람이 부는 중일 뿐이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단단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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