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 말을 들었다. “어느 조직에 속해 있을 때, 당신은 그 안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조직으로 옮겨라.” 나는 이 말을 ‘배울 점이 있는 사람 곁에 있으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곧장 내가 속한 조직을 돌아보았다. 과연 나는 이 안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인가?
나는 이 조직을 좋아한다. 배울 것이 많지 않더라도, 쉽게 떠나고 싶지 않다. 한때는 조직을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 헌신했지만, 창업주와 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그 마음의 불씨를 조용히 껐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진 지금도, 나는 그리 낙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곁엔 책과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과 인터넷을 통해 멋진 스승과 동료들을 만나고 있다. 장사하는 법, 돈을 다루는 기술, 사고를 정리하는 방법, 그림 그리는 법,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인문 교양과 과학·철학에 이르기까지 직접 만나기는 어려운 이들을 매일 책과 영상에서 마주한다. 그들과 나를 나란히 놓고 보면, 나는 그들 사이에서 가장 멍청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안도감을 준다. 나는 지금 제대로 배우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부럽다. 그들의 높은 지성, 깊은 사상, 여유로운 재력과 건강한 삶이 부럽다. 하지만 그 부러움은 질투와 다르다. 인간은 자신이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대상에게만 부러움을 느낀다. ‘저건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만 지금은 귀찮아서 못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저 사람은 그 귀찮음을 이겨낸 거잖아. 부럽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내 안에 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나를 가로막고 있는 건 ‘귀찮음’이나 ‘두려움’ 같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감정들이다.
그 가능성에 주목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때 중요한 건 ‘기대하지 않는 마음’이다. 결과를 예단하면 실망이 뒤따른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막연한 기대를 걸었다가 어긋났을 때 느끼는 실망감처럼, 타인의 미래를 예측하고 기대하는 일은 부정확한 상상일 뿐이다. 타인조차 자신을 예측하지 못하는데, 내가 그를 미리 가늠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믿음을 두고 정진하려 한다. ‘과정을 즐기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그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열매를 기대하는 대신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은, 설령 이번엔 실패하더라도 다음번에 더 나은 수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위대한 자산이 된다. 이처럼 과정은 복리처럼 쌓여 결국 더 큰 성취를 이루게 만든다.
나는 이제 조직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한다. 매일 배우고, 꾸준히 생산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려 한다. 다음 달에 읽을 책 다섯 권을 샀다. 그 안에 담긴 스승들의 사유를 엿볼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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