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를 만나러 부산에 간다. 최근 워케이션 차 부산에 머물고 있는 아내 찬스를 빌미로, 오랜만에 부산 구경도 하고 바다도 살짝 볼 생각이다. 왜 하필 부산이냐 물었더니, 부산시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워케이션 지원금을 준다고 했다. 사무실을 무료로 쓸 수 있고 숙박비도 제법 지원이 되니 큰 부담 없이 훌쩍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오고 가는 차비며 시간 소모가 만만치 않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기분 전환에는 그보다 더 좋은 핑계도 없을 터다.
나도 재택근무라도 신청해 따라가면 좋겠지만, 하필 급한 일들이 몰려 있는 시기라 그러지 못했다.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금요일 하루 정도는 휴가를 내기로 했다. 지난 며칠 부쩍 서둘렀더니 별 문제 없이 짧은 휴가를 얻게 되었다.
금요일에 휴가를 냈으니, 당연히 금요일 아침 일찍 출발할 법도 하지만 나는 목요일 밤 열차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묵을 호텔도 있고, 세 시간 남짓한 기차 여행의 피로를 오롯이 짊어진 채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름 지켜온 소중한 모닝 루틴도 있으니 여러모로 밤열차가 더 나은 선택처럼 보였다.
나는 기차표도 참 나답게 예매했다. 타고 싶은 시간에 하나, 혹 놓칠 경우 대비로 또 하나, 그리고 목요일 출발이 여의치 않을 때를 위한 금요일표까지. 나 스스로 생각해도 이기적이지만, 그런 대비조차 하지 않아 기차를 놓치게 된다면 훨씬 속상했을 것이 뻔했다. 예매는 한결같이 조심스럽고 철저했지만, 정작 출발 당일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회사에서 서울역까지는 대략 3킬로미터. 자전거로는 15분, 차로는 훨씬 짧은 거리다. 하지만 지도 앱을 켜니 대중교통으로는 30분 이상 걸린다고 나왔다. 의아했지만 초행길이니 그러려니 하고, 퇴근 후 50분 여유를 두고 기차를 예매했다. 그 정도면 아무 일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버스를 타고 단 한 정류장을 이동하는 데만 15분이 걸린 순간, 내 머릿속엔 온갖 불안이 들끓기 시작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나? 아니면 한 정거장만 더? 내린다면 자전거를 탈까, 그런데 자전거가 없으면 어쩌지? 지금이라도 다음 열차를 다시 예매해야 하나? 아예 뛰어? 말이 되나?’
걱정은 걱정을 불렀고, 상상은 상상 위에 상상을 얹었다. 나는 한참을 방황했으나, 이내 정신을 붙잡았다. ‘일이 터진 다음 걱정하자. 지금 이런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확히 보고 빠르게 판단하면 돼. 겁먹지 말고, 호들갑 떨지 말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오히려 마음속 불안을 또렷이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다.
15분의 지독한 정체가 끝나자, 내 안의 소란도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정확히 30분이 흘러 있었고, 지도 앱은 오차 없이 맞췄다. 나는 요동치는 마음이 얼마나 순식간에 흘러가고 사라지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파동인지 새삼스레 느꼈다. 걱정이란 건, 참으로 허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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