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이토록 경이로운 시간에

by 오제이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이 짧은 노랫말을 좋아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본 기억은 분명하지만, 시작부터 졸았던 탓에 줄거리는 흐릿하다. 그래서 이 노래가 어느 시점에 등장하는지, 어떤 맥락으로 불리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강렬한 문장만은 잊히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외침은 그 자체로 가슴을 두드리는 선율이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벅찬 고동이다. 마치 마법처럼 신비하고 소중한 나의 지금을, 생생히 살아 숨 쉬는 현재를, 그리고 꿈꾸는 미래를 향한 벅찬 도전과 결의를 담은 웅장한 몸짓으로 들린다.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문득,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40대 직장인’. 왠지 모르게 서글펐다. 그것이 진정 지금의 나인가. 나는 그저 그런 이름표 하나로 다 설명되는 존재인가.


만약 10년 전, 내가 기술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운이 좋아 대기업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일이 모두 틀어져 하루벌이를 하고 있었을까. 어느 쪽이든 결국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40대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은 비껴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덜컥 겁이 났다. 내가 나 자신을 고작 그 정도로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처럼, 아무리 애써도 벗어날 수 없는 정해진 틀에 갇혀 있다는 무력한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그동안 허우적거리며 버텨왔지만, 큰 흐름 속에선 결국 바뀌지 못했다. 다르게 살겠다고, 벗어나겠다고 말만 했지, 정작 내 안의 족쇄는 한 번도 풀지 못했다. 변한 건 껍데기뿐, 마음 깊은 곳의 나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그 사실에 화가 났고, 동시에 참담했다.



그 분한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내 애처로움이 따라왔다. 이렇게 살아가는 내가 안쓰럽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비참한 모습으로 10년을 더 살아본들 무엇하랴. 나이만 먹고, 혀끝만 길어질 뿐. 그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50대 직장인’이라는 명찰만 새로 달게 될 것이다. 그건 아니다. 그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경이롭고 위대한 순간에, 과연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나는 내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족쇄를 끊고, 비상할 수 있을까. 나는 결국 내가 바라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대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영영 잃기 전에.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그리고 반드시 찾아 비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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