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맡은 프로젝트의 오픈이 가까워지면서, 일은 많아지고 하루의 리듬은 점점 빠듯해진다. 아침마다 해야 할 개인적인 일들을 온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에라도 놓친 일들을 끝맺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다 보니 자연히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 그런 날들이 며칠간 이어지니, 피로가 차곡차곡 몸속 어딘가에 눌러 앉는다.
어제와 그제만 해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글을 썼다. 예전 같으면 독서를 하거나 가벼운 영상으로 머리를 식혔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압박에 머리는 좀처럼 쉬지 못했다. 꼭 하루 종일 땀 흘리며 거리를 헤매다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던진 기분이었다. 물론 글을 쓰거나 개인적으로 하는 일들이 회사 업무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할 틈조차 갖지 못하니, 답답함은 자꾸만 쌓여만 간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될 텐데, 그게 잘 되질 않는다. 내가 정한 일정과 계획을 하나라도 빠짐없이 해내야 할 것만 같고, 그걸 채우지 못하면 허무와 실망이 찾아온다. 스스로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요즘엔 마음이 도무지 편해질 줄을 모른다.
욕심이 커질수록 내 안의 여유는 점점 줄어든다. 욕심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실행력에 대해 자책하는 날이 많아진다. 내가 혹시 너무 많은 걸 욕심내는 건 아닐까? 무엇을 덜어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속 어딘가엔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체력 탓이야, 하고 스스로를 달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렇게 믿고 싶다.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체력이 모자란 것뿐이라고. 체력은, 적어도 길러낼 수는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영양제를 다시 챙겨 먹어볼까 하는 마음이 스쳤다. 비타민을 먹으면 기운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던 게 떠올랐다. 결제 버튼 바로 앞까지 갔지만, 결국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닫기’를 눌렀다. 영양제를 섭취하는 건 어딘가 반칙 같았다. 필요한 영양소가 있다면 음식으로 채워야지, 약으로 버티는 건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이 떨어졌다면 약이 아니라 휴식으로 회복해야 맞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상상을 해봤다. 만약 공사를 하다 발바닥에 못이 박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통제를 먹어 고통을 무디게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못을 빼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센 진통제를 먹는다 해도, 못이 박힌 채로라면 통증은 계속된다. 언젠가는 다시, 더 아프게 찾아온다. 욕심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려놓아야 멈출 수 있는 것을, 자꾸 다른 데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조금 버겁다면, 잠시 멈춰 서자. 내려놓자. 그런 여유를 스스로 허락하자.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는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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