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건넨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러면 참 다양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떤 이는 갑자기 진지해져 하루를 조용히 되짚어보고, 어떤 이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원래 이 질문을 하기 시작한 건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생각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뒤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꼭 묻고 있다.
이 질문의 가장 놀라운 힘은, 상대방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뉴스나 연예인, 정치나 경제, 친구의 친구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하루와 감정, 기억을 꺼내어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화는 더 깊고 풍성해지고, 평소엔 말이 없던 사람도 생생한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을 들으며 나도 내 삶의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힌트를 얻고, 다음에 그 비슷한 순간을 만났을 땐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소중하게 붙들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의 하루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를. 나는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를 나눌 때가 참 좋다. 그날 있었던 일들, 마음에 남은 장면들, 느낀 점들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탐험한다. 아내는 나와 전혀 다른 감수성을 지녔기에, 내가 미처 보지 못한 틈새를 짚어주곤 한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하나의 사유이자 애정의 시간이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좋다. 아마도 내 주변엔 다정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그건 아니고, 내 말 좀 들어봐요”라고 잘라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얘기를 할 줄 알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안다. “그 장면에서 어떤 점이 좋았어요?”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경청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나도 배운다. 타인에게 어떻게 마음을 건네야 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관심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다정해질 수 있고 행복을 전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질문이 그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나의 하루를 반짝이게 할 작은 불씨가 되기를 살며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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