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갑작스럽게 복부에 통증이 찾아왔다. 별안간 닥친 고통은 주말 내내 내게 강제 휴식을 명령했다. 이토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나 싶을 만큼, 나는 그저 잠을 자고 영상을 보고 다시 잠에 빠졌다. 하루 동안 눈을 뜨고 있었던 시간을 전부 합쳐도 열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쉽게 깨우지 못할 만큼 나는 침대에 깊숙이 잠겨, 시종일관 환자답게 누워 있었다.
엉기적엉기적, 천천히 움직이는 내 몸짓은 꼭 나무늘보를 닮았다. 무엇이라도 하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마다 배가 아파왔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냈다. 어쩌면 그 무력함이 조금은 달콤하기도 했다. 이왕 아픈 거, 이참에 아주 제대로 쉬자고 마음먹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집안일은 고스란히 아내에게 넘겼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아파 누워 있는 나를 보며 아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집안일과 나를 함께 돌보았다. 체온을 재주고, 침구를 갈아주는 그 자상함 덕에 마음 놓고 쉴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회복은 빠르게 찾아왔다. 금요일 밤에는 응급차를 부를까 싶던 고통이 토요일에는 버틸 만한 수준이 되었고, 일요일엔 잠시 산책을 해도 될 만큼 나아졌다. 그런데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렇게 무턱대고 쉬기만 한다면, 오히려 더 아프게 되는 건 아닐까.’ 누워 있기만 하면 더 눕고 싶어지고, 결국 몸은 찌뿌듯해지고 피로는 더 깊어진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나는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침 6시 30분, 운동복을 챙겨 입고 얼마 전 할인점에서 산 냉감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이름은 마스크지만, 얼굴을 거의 다 가리는 복면에 가까운 제품이다. 구매할 당시 아내는 이걸 쓰고 나가면 아주머니 같지 않겠냐며 나를 슬며시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택배 기사님이나 러너들이 애용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믿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는 물건은, 그 자체로 효능이 증명된 것 아닌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려 초록빛 물결을 일렁였다. 선선한 아침 공기와 눈부신 녹음에 취해 잠시, 내가 아팠다는 사실조차 잊을 것 같았다. 반가운 꽃들과 벌레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고, 산책길에 놓인 운동기구들을 하나하나 찍먹하듯 맛봤다. 땀이 살짝 배어나올 정도로 몸을 움직였다. 햇살이 제법 뜨거웠지만 냉감 마스크가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역시, 믿고 있었다고 냉감 마스크.
마스크를 쓰고 나서, 나는 예상하지 못한 장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얼굴이 가려지면, 이상하리만치 용기가 생긴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도 남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마스크가 얼굴을 감싸주니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 길가에 쪼그려 앉아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할머니들만 쓰실 법한 운동기구에 도전하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몸을 활짝 펴고, 마음껏 걷고, 자유롭게 움직이다 보니 밤사이 굳어 있던 근육들이 어느새 풀려 있었다. 역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될 수 있으면 움직이는 게 낫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은 주말을 다시 계획했다. 넷플릭스를 보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하고, 나들이 계획을 추가했다. 카페에 가고, 서점에도 들르기로 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 코스까지 넣은 걸 보면, 이제는 정말 배 아픈 걱정은 덜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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