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사는 밥은 불편해

by 오제이


오늘은 우리 팀의 막내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뼈해장국이었다. 지난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다 함께 카페에서 돌아오는 길에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감자탕 가게를 발견했다. 다음에 꼭 가보자며, 감자탕은 그다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메뉴라 다들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막상 오늘 같이 갈 팀원을 모집하자 폭염 때문인지 손을 든 사람은 막내 직원 한 명뿐이었다. 그 친구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다 따라올 거라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가 눈치게임하듯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았고,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럿이 있으면 몰라도 둘이 있을 때는 세대차가 더 크게 느껴질 텐데, 그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할 막내 직원의 마음을 떠올리니 나까지 부담스러워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씩씩하게 문을 나섰다. 잠깐 가게 앞에 다녀오는 것도 힘들 만큼 폭염이 심할까 싶은 마음이었다. 에어컨 맛집인 우리 빌딩 1층 로비에서 잠시 심호흡을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는데, 의외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불볕더위라는 말이 무색했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날씨 이야기가 오갔다. 요즘 날씨가 어떠니, 집에서는 에어컨을 트니마이 하는 평범하고도 편한 대화가 이어졌다.


식사하는 동안 막내 직원은 내게 질문을 많이 건넸다. 내가 묻는 말에도 성심껏 대답했다. 때로는 정말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한때 선배와 단둘이 밥을 먹을 때 그랬던 기억이 났다. 열심히 듣고, 애써 호응하며, 그 자리가 불편하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 작은 연극을 했던 나. 오늘 그 자리에 있던 막내 직원도 혹시 연기를 하고 있었을까?


알 수는 없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정말 멋진 연기였다고, 그 노력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그만큼 우리는 서먹함 없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친구가 나와 밥 먹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믿기로 했다. 그제야 내 표정과 말투도 조금은 풀어졌다. 생각해 보면 내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나부터가 그랬으니 막내 직원은 얼마나 더 어색했을까.



식사를 하기 전부터 오늘은 내가 밥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막내 직원은 극구 거절했다.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는 걸 불편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선배나 팀장이 사주면 기분 좋게 얻어먹는 편인데, 우리 회사의 어린 팀원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내가 커피나 디저트를 사겠다고 하면 다들 민망해하며 사양했다. 왜일까. 갚아야 할 빚처럼 느껴지는 게 싫어서일까, 아니면 그런 마음이 일에 스며드는 걸 경계해서일까, 혹은 단순히 동료끼리 공연히 돈 쓰는 걸 아껴주고 싶어서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들의 거절을 존중하기로 했다.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용기이자 권리다. 거절을 당하는 건 마음이 쓰이지만,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몇 번 거절한 사람에겐 다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일방적인 호의는 때때로 선물이 아니라 고통이 될 수 있으니까.


오늘 밥맛은 좋았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점심을 먹어서, 또 기분 좋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어서 그랬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경청이라는 말이 있던가. 나는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경청 대신 커피 한 잔으로 호의를 대신하려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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