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날개를 달아줘요

by 오제이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산책길에 에너지 드링크를 한 병씩 손에 쥔다. 핫식스든 몬스터든 레드불이든, 굳이 가리지 않는다. 여름이면 종로 한복판,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몬스터나 핫식스를 무료로 나눠주는 프로모션이 열린다. 그때 처음, 나는 그 작은 캔 안에 담긴 힘의 맛을 알았다. 한 병을 시원하게 들이켰을 때 온몸을 타고 퍼지는 그 활력. 커피를 마신 뒤 눈이 번쩍 떠지는 기분과는 또 다른, 마치 꺼져가던 몸속 불씨에 기름을 붓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정말 날개가 돋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공짜로 받아 마시던 음료를 막상 내 돈으로 사려 하면 어딘가 아깝다는 생각이 스친다. 커피값 5000원은 아무렇지 않으면서, 왜 에너지 드링크 값 2500원은 망설여질까. 그래서 나는 1+1 행사 제품을 골라 최대한 저렴하게 마시고 있다. 맛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 당 함량이 높은 고열량 제품은 피한다. 그랬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다음 날 활력을 미리 당겨쓴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활력 있게 보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도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면, 피곤할 이유가 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실험해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마시다 보니 문득 그 힘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무엇이 나의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걸까? 캔을 돌려보니 카페인, 타우린, 마카 추출물, 비타민이 눈에 띈다. 카페인은 커피 한 잔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다. 매일 커피를 마셔도 이런 기분은 없었던 걸 생각하면, 이건 카페인만의 힘은 아닐 것이다. 마카라면, 페루의 인삼이라 불리는 그 힘일까. 그럴듯하지만 마카 성분이 없는 음료도 있다. 내 마음은 타우린 쪽으로 쏠렸다. 국민 음료 박카스의 그 주성분. 활력의 본질은 타우린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나는 타우린을 따로 구해보기로 했다. 예전엔 용액 형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구하기 어려워졌다. 물에 타 먹는 발포 비타민 형태도 마찬가지다. 부작용 때문인지 비타민처럼 흔한 영양제는 아니었다. 몇 번의 검색 끝에 분말 형태의 타우린을 손에 넣었다. 물에 타서 아침 산책길에 에너지 드링크 대신 가져가 보았다.


타우린의 맛은 의외로 담백했다. 최근 마신 아미노산 드링크에 비하면 한결 순했다. 약 냄새나 역한 맛도 없어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효능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 괜찮을 것 같다. 사실 그보다 내가 더 민감한 건 맛이다. 단백질 쉐이크도, 비타민도, 약 맛이 나면 손이 가지 않는다. 음식으로 섭취하면 그렇게 맛있는데, 영양 성분만 추출하면 왜 이렇게 먹기 어렵게 되는 걸까.


입맛은 진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의 고소한 향이 단백질의 비릿함을 덮고, 오렌지의 단맛이 비타민의 신맛을 감춘다. 강한 맛 틈에 중요한 맛을 숨겨 먹으면 오래 먹을 수 있다. 이걸 삶에 대입해 본다. 강렬한 재미와 흥분 사이에, 성장에 필요한 작지만 소중한 일을 살짝 끼워 넣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오늘도, 내일도 조금은 더 활력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끝으로 타우린 한 모금을 들이켠다. 그리고 오늘의 하루를, 조금 더 다르게 살아내기로 마음먹는다.






독립출판사 오버플로우 히든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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