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첫 러닝

by 오제이


오늘 아내와 처음으로 함께 달리기를 했다. 토요일 오전으로 계획했지만, 클라이언트의 긴급한 요청으로 일이 생겨 일요일에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처음엔 일정이 어긋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막상 오늘 아침의 공기를 마시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공기는 무겁고 눅눅했다. 햇볕은 따갑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이 살짝살짝 뺨을 스치고, 직사광선은 구름에 가려 걷기에도, 뛰기에도 그만이었다.


아내와 나는 달리기를 각자 해왔지만 이렇게 나란히 발을 맞춘 건 처음이었다. 나는 오늘만큼은 내 속도를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아내는 달리기 초보라 천천히 걷는 것에 가깝게 뛴다. 나는 그 속도에 보폭을 맞췄고, 달리는 내내 아내의 호흡과 표정을 살폈다. 아내는 러닝 앱의 코치 기능을 따라 걷고 뛰는 것을 반복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코치가 우리 곁을 함께 달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우리는 아파트 단지 앞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공원이 꽤 넓어 두세 바퀴만 돌아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공원 입구에서 준비운동을 할 때는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막상 스트레칭을 하자 피로가 덜 쌓이는 듯해 다행이었다. 하체부터 상체까지, 다리, 허리, 어깨 근육을 차례로 늘여주었다. 혼자였으면 대충 몸을 휘적이다 뛰었을 테지만, 아내와 함께라 그런지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싶어 더 신경을 썼다.


30분 남짓 달리자 아내는 이마부터 볼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땀방울이 턱 끝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잠시 걸음을 늦췄다. 나는 힘들지 않았다. 일명 존 2 운동 구간에 있었다. 대화가 가능할 만큼 여유로운 강도로, 다른 사람들의 빠른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짧은 보폭을 유지하며 총총거렸다. 모양새는 좀 우습지만 무릎에 충격이 덜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 나름 최적의 운동법이라 느껴졌다. 무릎 수술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보다 나은 방식은 없겠다.



공원을 두 바퀴 정도 돌고 나니, 아내는 지친 듯 웃으며 돌아가자고 말했다. 나는 그 얼굴이 무척 예뻐 보였다. 집에 도착한 뒤에도 아내 얼굴은 여전히 붉었지만, 나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혈액순환 때문인지, 냉감 마스크와 팔 토시 덕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땀에 젖은 옷은 곧바로 세탁기에 넣었다. 소금기 있는 옷은 바로 빨아야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마치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나왔을 때처럼 속이 시원했다.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달려서 더 개운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말마다 함께 달리기는 어려울 테니 격주로 같이 나가자고 약속했다. 나는 앞으로도 속도를 내지 않겠다고, 우리의 러닝이 습관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진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삶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이 다짐도 느리고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우리 안에 스미듯 뿌리내리기를 바라본다.






독립출판사 오버플로우 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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