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정말 오랜만에 일본 드라마를 시청했다. 제목은 《중쇄를 찍자》였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오다기리 조가 출연했고,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 역은 《일일시호일》의 쿠로키 하루가 맡았다.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까지 등장해, 일본 드라마임에도 묘하게 친숙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화면 속에 비친 익숙한 얼굴과 풍경들 덕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아늑함이 밀려왔다.
사실 이 드라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최근 읽은 에세이에서였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님의 《에세이 만드는 법》에서 그녀는 《중쇄를 찍자》를 인생 드라마로 꼽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과 같은 편집자라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고 했다. 독립출판사 운영자이자 동시에 숙련된 코드 중계인인 나도 일종의 편집자의 영역에 몸담고 있는 셈이기에, 그녀가 이 드라마에서 어떤 감동과 인사이트를 받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일본 드라마를 떠올릴 때면, 늘 두 가지 편견을 먼저 마주한다. 첫째, 배우들의 연기가 과장되었다는 느낌이다. 특히 코미디 요소가 강한 드라마는 표정과 목소리, 몸짓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극적이다. 일본에서는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은 연기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그게 사실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봐온 드라마에서 인물들은 하나같이 오버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둘째는 잦은 독백이다. 나는 성장 스토리를 좋아하다 보니, 주인공의 내면을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는 연출을 자주 접했다. 때론 만화를 보는 것 같고, 관객이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덜어낸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 덕에 주인공의 의도와 마음을 더욱 또렷이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가지가 내가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었다. 편견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나에겐 그것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물론 한국 드라마 중에도 비슷한 결을 가진 작품들이 있겠다. 그러나 나는 그게 ‘일본’이기 때문에 더 좋다. 일본어 특유의 톤과 리듬, 아날로그 감성이 스며든 풍경, 한국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미묘히 다른 그들의 일상이, 내 안의 오래된 기억에 닿아 흔들린다. 낯선 친근함. 그것이 내가 일본 드라마에 호감을 갖는 이유다.
《중쇄를 찍자》는 이 모든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주인공 코코로는 오버 리액션의 끝판왕이었고, 장면마다 팩스 소리와 셀룰러 폰의 진동이 오래된 감각을 깨워줬다. 다다미 방, 다도, 그리고 일본의 일상이 스며든 공간들은 나를 그들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활기찬 에너지,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감성까지. 모든 것이 내 편견의 퍼즐에 맞물리듯 딱 들어맞는 드라마였다.
이연실 작가님의 추천을 믿어, 남은 회차를 모두 달릴 생각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그녀가 발견한 그 깊은 인사이트와 감동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독립출판사 오버플로우 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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