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열기가 높아질수록, 우리의 외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내는 어딘가로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가만 보면, 창밖을 한참 바라보는 일이 늘었다. 그러나 나는 좀처럼 선뜻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이렇다 할 게 없다. 무기력한 건 아니다. 그저 새로울 것이 없을 뿐이다. 이미 다 겪어본 일들이고, 다 가본 곳들이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그런 취미 활동들이 늘어났다. 한두 시간쯤 할 땐 괜찮은데, 하루 종일 붙들고 있자니 몸이 들썩인다. 인스타그램을 넘기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주말을 그렇게만 보내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갈 거 아니죠? 그럼 우리 영화나 볼까?”
“오, 좋아! 보고 싶은 영화 있나요?”
아내가 묻고, 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영화관에 가는 건 아니다. 그저 넷플릭스를 켜서 보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그 시간이 소중하다.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나누는 이 시간은 단순한 ‘시청’이 아니라 ‘공유’다. 서로의 시선, 감상, 그리고 다르면서도 닮은 생각들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이다.
오늘 우리가 고른 영화는 《올드 가드》였다. 최근 2편이 새로 나와서인지 1편이 다시 순위에 올랐다. 우리는 당연히 1편부터 보기로 했다. 세계관을 알아야 2편이 더 재밌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어쩌면 1편이 재미있었기에 2편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은근한 믿음도 작용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죽지 않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래전부터 이 세계를 지켜온 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정확한 연대는 나오지 않지만, 몇백 년에서 천 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는 이야기보다 그 설정에 더 끌렸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지만, 고통은 느낀다는 점. 특히 일정 시점 이후로 나이 들지 않는다는 게 흥미로웠다. 다행히 주인공들은 대체로 한창일 때 그 증상이 발현된 듯하다. 만약 갓난아기거나 노년기에 그런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끔찍하고, 또 조금은 신선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됐다. 죽지 않는다는 건 분명 꿈같지만, 모든 이들이 떠나가는 시간을 혼자 살아낸다는 건 차마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함께 나이 들 수 없다는 사실이, 누군가의 마지막을 반복해서 지켜봐야 하는 삶이. 그런 삶을 살다 보면, 나는 결국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를 스스로 차단하지 않을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고. 죽음은 끝이자 완성이다. 종결되지 않은 것은 의미를 정의 내리기 어렵다. 인생은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우리는 유한함을 알기에 매일을 더 뜨겁게 살아간다.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저, 마지막 순간에도 나비처럼 힘차게 날아오르길 바란다. 그렇게 아름답게 끝나길 꿈꾼다.
*독립출판사 오버플로우 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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