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건 못 참는 성격

by 오제이


러닝은 늘 나가기 직전이 가장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세수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냉감 속옷으로 갈아입고, 팔토시와 마스크, 모자까지 챙겨 쓴다. 허리 가방도 하나 둘러매지만, 지난주엔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흘러내려 곤욕을 치렀다. 오늘은 이어폰과 전화기만 넣어 가볍게 정리했다.


현관문을 열자, 의외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늘에 들어서면 더운 줄 모를 정도의 날씨였다. 내가 달리는 공원은 키 큰 나무들이 많아 볕이 잘 들지 않는다. 그런 덕에 더위 걱정 없이 한결 편하게 뛸 수 있었다.


문제는 스마트워치였다. 코치 음성을 들으며 달려보고 싶었지만, 워치 속 운동 앱은 생각보다 조작이 복잡했다. ‘가볍게 달리기’는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 ‘의지력 코치’, ‘인내력 코치’는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 기능, 저 기능을 켜보다가 5~6분마다 코치를 바꿨고, 러닝이 끝날 때까지도 코칭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코칭 기능을 쓰려면 심박수를 측정해야 하는데, 요즘은 햇살이 너무 강해 팔토시를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워치를 팔토시 위에 착용하면 심박을 잴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은 팔토시 안쪽에 워치를 착용하고, 알림이 울릴 때마다 팔토시를 말아 올려 확인했다. 한두 번쯤은 참을 만했지만, 1~2분마다 반복되는 알람에 결국 러닝 중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팔토시를 세탁했다. 그리고 마르기를 기다려, 수선을 시작했다. 워치를 착용하는 손목 부위를 손가락 두 마디쯤 잘라냈고, 절단면이 풀리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정성껏 박음질했다. 워치를 찬 채 팔토시를 껴보니, 딱 맞았다. 예상보다 깔끔하게 마감되었고, 그 완성도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괜히 또 나가서 한 바퀴 달리고 싶어졌다. 다음 주 러닝이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귀찮은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개선할 방법을 궁리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해결해 내는 과정을 즐긴다. 팔토시에 구멍을 내는 일부터, 오래된 구옥을 스마트홈으로 개조하는 일까지. 크고 작은 불편을 개선하며, 나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그 과정 속에서는 엉뚱한 발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어딘가 조잡하고 우스꽝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솔직히 말해 후자에 가까운 실패가 훨씬 많지만, 가끔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그 한 번의 통렬한 성공이 나를 다시 도전하게 만든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는 종종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괴짜 아저씨들 같다며 웃는다. 나는 내심 ‘생활의 달인’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괴짜와 달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 본다. 그 일이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끝나면 괴짜일 것이고,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달인 아닐까.



나는 나의 이 ‘불편을 해결하는 습관’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혼자만 알고, 혼자만 고쳐서 끝나는 괴짜가 아니라, 나의 실험이 누군가의 삶에 도움 되는 달인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기록하고, 퍼뜨리는 것이다. ‘여기 이런 생각과 시도가 있다’고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든다. 나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시도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독립출판사 오버플로우 히든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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