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어느새 7월이 저물고 있었다. 문득 올해 연차를 얼마나 썼나 궁금해졌다. 연초에 며칠 쓰고, 얼마 전 부산에 다녀올 때 한 번 쓴 기억밖에 없었다. 정확히 얼마나 남았을까? 회사 프로그램으로 조회해 보니 남은 연차는 20일. 한 주에 하루씩 써도 넉넉한 양이었다.
작년 겨울이 떠올랐다. 남은 연차를 처리하느라, 의미도 없이 하루하루를 비워냈던 기억. 올해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역시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수시로 쏟아지는 급한 업무와 매일 이어지는 긴장감에 연차를 쓸 여유가 없었다. 몇 번은 밤샘까지 하느라 오히려 보너스 연차가 늘어나기도 했다.
8월에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또 밤을 새우는 일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다 자칫 사용한 연차보다 새로 생긴 연차가 더 많아질 판이다. 늦기 전에 연차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꼭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업무에 여유가 생기면 과감히 쉬어야지. 그렇게 또 한 번 무작정 연차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쉬는 일이 꼭 어딘가로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 일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충분히 휴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시원한 방 안에서, 하고 싶은 취미에 몰두하며 여유롭게 보내는 하루. 어쩌면 그게 나에게 진정 필요한 휴가일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여름 햇살을 바라보며, 나는 회사 일정표에 비어 있는 날 한 줄을다. 매주 목요일, 이름 붙이자면 ‘저속 충전의 날’.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조차,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쉼이니까.
- 당신의 언어가 책이 되는 순간
독립출판의 언어로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에세이, 시, 인터뷰, 실험적인 포맷도 환영합니다.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 도서출판 <오버플로우 히든>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