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되면서 음식 취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짜고 달고 고소하기만 해도 그저 맛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떫고, 새콤하고, 씁쓸한 맛에 끌리는가 하면, 이국적인 향신료의 냄새가 진하게 밴 음식이 아니면 감흥이 없다. 처음에는 그저 입맛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그 변화가 단순한 ‘맛’ 이상의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취향은 변할까. 수십 년간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온 끝에, 이제는 익숙한 맛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걸까. 갈비, 불고기, 삼계탕, 닭볶음탕처럼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메뉴들도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자주, 오래 접하면 언젠가는 익숙함을 넘어 무감각해지는 법인가 보다.
서른 이후부터는 마라탕처럼 얼얼한 매운맛, 팟타이와 똠얌꿍처럼 새콤달콤하고 향신료가 강한 음식에 더 끌리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강한 향과 맛들이 이제는 오히려 자극이 되어 미각을 깨운다. 마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낯설고 짜릿한 그 느낌처럼. 나의 입맛은 이제 넓어진 스펙트럼 속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색을 탐색하고 있다.
그런데 입맛만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언제나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언젠가는 그 일에 감흥을 잃고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사람이다. 한때는 미칠 듯이 좋아하던 일도, 반복되다 보면 그 열정이 퇴색된다. 그러면 나는 더 큰 자극을 찾아 또 다른 영역으로 향한다. 그 과정이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할 수 있다고.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런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기술을 익히는 일이 예전보다 쉬워졌고, 숙련된 사람은 세상에 너무 많아졌다. 단지 한 분야에 능숙하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특별해지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다녀온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전시회에서 그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다. 17세기부터 현대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미술 사조를 조망하는 전시였다. 그림 앞에 서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기술만 본다면 지금의 작가들이 더 잘 그리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깨달음이 밀려왔다. 시대가 변하면 기준도 달라진다. 기술의 진보는 결국 기술의 희소성을 떨어뜨린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고 재창조하느냐에 달려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창의성이 중심이 될 것이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 우물을 맛본 사람이 얻는 통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재다능함이야말로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나는 내 안의 다양한 흥미와 관심을 조금 더 소중히 다루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는 하나의 일에 흥미를 잃었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매번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단지 정직하게 나의 욕구를 따라가 보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나는 어제 콩국수를 먹었다. 20대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한 숟갈만 먹어보라고 권하셨을 때 몸서리치며 거절하던 음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넘어, 아예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즐긴다. 믿기 힘든 변화지만, 이 또한 나의 일부다.
이처럼 취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을 고정된 틀 안에 가두지 말자. 세상을 향한 시선을 유연하게 유지하고, 스스로를 탐색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이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가는, 혹은 이 단순한 세상을 풍부하게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
세상을 전부 갖고 싶다면, 갖기로 마음먹는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지를 받아들여보자. 변화는 곧 성장이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를 주저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매 순간 새로운 나로 살아가는 방법은 이토록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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