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기계 속 부품처럼 느껴질 땐

by 오제이


지난 주말, 평소보다 이르게 눈을 떴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어 ‘내일은 그냥 푹 쉬자’며 마음을 접으려 했다. 그런데 아침이 오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정신은 아직 이불 속인데 몸은 달궈진 옥수수처럼 펑 하고 튀어나와버렸다. 내가 몸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몸이 나를 이끌고 가는 기분. 정신이 아니라 육체가 내 삶을 이끄는 듯한 묘한 감각이었다.


이렇게 몸이 약속한 일을 하나씩, 기계처럼 해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완성된다. 기계처럼 사는 일이 왠지 슬프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나를 기계로 여기지 않으면 괜찮다. 나는 그저 자연의 일부, 떨어지는 폭포 속 물방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슬플 것도, 우울할 것도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그렇게 흐르는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생각해 보면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도 그런 시기를 견뎠으리라. 물론 내가 거장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의 평범함이 내일의 도약을 품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조금 늦은 출발일지라도, 그것을 담담히 인정하고 도전자의 자세로 성실히 살아간다면, 언젠가 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못 꿀 꿈도 아니겠다.



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호날두. 어느덧 40대를 넘겼음에도 여전히 그는 자신을 단련하며 하루 24시간을 축구에 맞춘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약점을 보완하려 끊임없이 연습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장인이 걷는 길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대답은 곁눈질로만 보아도 자명하다. 지금 내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겉으론 뭔가 애쓰는 척, 무거운 짐을 짊어진 척하지만, 사실은 그저 연기일 뿐이다. 배우가 연극 무대에서 고통스러운 얼굴을 지어 보이듯, 나도 삶의 괴로움을 흉내 내고 있다. 어설픈 투정이고, 관심과 공감을 바라며 부리는 앙탈일 뿐이다.



진짜 힘든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살기 위해 숨을 고르고, 말 대신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삶의 무게는 각자 다르고, 버틸 수 있는 힘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지금 내 짐을 지나치게 부풀려 바라보고 있다. 그리 무겁지도 않은 것을, 마치 걷기도 힘든 양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정신을 차릴 차례다. 진짜 힘들 때만 꺼내야 할 말을, 힘들지도 않은데 마치 주문처럼 외우고 있진 않은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점검하자.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미래는 늘 오늘의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이런 하루도 있고 저런 하루도 있다. 그렇게 완성된 오늘이 모여 인생이 된다. 가까이 보는 게 익숙해졌다면 멀리 보자. 그리고 멀리 보는 게 익숙해졌다면 다시 가까운 곳을 보자. 영원히 옳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 삶이 기계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맞더라도, 그 기계가 나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러면 언젠가 나를 보는 모습이 달라진다. 결국 내가 움직이는 만큼, 내 삶도 나아가는 법이다. 내가 걸어온 길에 남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발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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