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
1억이 사라졌다!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가 놀라며 왜 벌써 왔냐고 묻는다. 난 대답도 하기 싫어서 문을 쾅 닫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어 다시 문을 열고 나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나를 저런 데에 보낼 수가 있어! 당신이 어떻게!"
아내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아니, 거기가 어때서요...” 난 그 말에 더 화가 나,“그렇게 좋으면 당신이나 가!” 하고는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내 가슴을 치며 분을 삭이다 그만 복받치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싶어 미치게 화가 났다. 마누라만 아니었으면 그 놈한테 사기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누라와 그 놈이 작당한 것을 생각하면 당장 저 여자를 내쫒아 버리고 싶지만, 애들 엄마니 참아야지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기 친 걸로도 모자라 나를 내쫒으려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애들 엄마여도 더는 참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난 점심도 안 먹고 통장을 챙겨 서둘러 은행으로 달려갔다. 통장 정리를 해보니 그 동안 틈틈이 모아놓은 내 돈 1억이 사라졌다. 내 통장에 손댈 사람은 마누라밖에 없다. 이런 짓까지 할 줄 모르고, 통장을 마누라에게 맡겨 뒀다. 도둑한테 금고 열쇠를 맡겨 둔 꼴이었다. 난 아무도 함부로 돈을 뺄 수 없게, 모든 통장을 사인 거래로 다 바꿔버렸다.
"이혼해!"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마누라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어 이혼하자고 했다. 마누라는 지겹다는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난 뒤쫒아 가 “이혼하자고!”, 자리에 누우려던 마누라가 벌떡 일어나, “합시다! 이혼합시다!” 하고 소리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자기가 큰 소리 칠 입장인가.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어. 그리고 내 돈 내놔”
"또 무슨 돈이요?"
"통장에 있던 1억 당신이 빼갔잖아. 당장 내놔!"
"1억이요?"
"내가 아이들이 준 돈 한 푼도 안 쓰고 다 모은 거야! 내 돈 내놔!"
"당신한테 1억이 있었다고요? 1억이?"
"내 돈 내놓기 전에는 이혼 못해주니 그렇게 알아!"
마누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기어이 저 여자한테 내 돈을 받아내겠다. 마누라에게 1억 받고, 그 놈한테 3억 받으면, 그럭저럭 4억 정도의 돈이 된다. 이 돈으로 마누라 내쫓고 아이들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그 놈을 빨리 잡아야 한다. 난 그 놈에 관한 서류를 찾기 위해 서랍장에 있는 서류를 몽땅 꺼냈다. 서류를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놈의 주소가 적힌 소송 서류를 찾아나갔다.
인기척이 느껴져 현관을 보니, 왠 남자가 구석에 서 있다. ‘그 놈인가?’ 싶어 쳐다보는데,.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 섬뜻한 눈빛에 나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안돼! 이대로는 죽을 수 없어! 절대 못 죽어!!”
내가 지르는 소리에 내가 놀라 눈을 번쩍 떴다. 현관 쪽을 쳐다보니 아무도 없다. 간담이 서늘하니 오싹한 기분이다. 죽을 때가 되면 저승사자가 보인다더니... 아니다 그냥 꿈을 꾼 것이다. 한숨을 내쉬고 보니, 손에 서류 하나를 움켜쥐고 있다. 펼쳐보니 그 놈과의 소송 서류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냥 자 버렸을 리가 없다.
내가 누군데! 난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늘 반드시 이 놈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