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기가 무섭다

그 놈은 언제든 나를 공격할 수 있다

by 민진


경찰서에서 쫒겨났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것들이 민중을 내팽개친다. 내가 가져간 서류에 적힌 주소에 그 놈이 살고 있는지 한번 확인 해달라는데 개인정보니 어쩌니 하면서 나를 내친다. 그 놈이 사기꾼이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나를 제정신이 아닌 노인네 취급을 한다. 보호를 해야 할 사람은 피해자지, 가해자가 아닌데,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말 한심스럽다.


경찰이 못 찾아주겠다면 내가 찾으면 된다. 주소를 보여주고 택시를 타면 편하겠지만, 택시는 비싸다. 난 버스 정류장에 있는 젊은이에게 주소를 보여주며 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요즘 애들은 주소만 있으면 핸드폰으로 쉽게 찾는 것 같아 물어보았다. 지하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버스는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고, 멀지않으니 택시를 타라고 한다. 멀지 않는데 돈 아깝게 택시는 왜 타나. 지하철도 있다는데 아무리 무서워도 택시를 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하철.... 난 지하철이 정말 무섭다.


겨우 용기를 내어 지하철로 갔다. 거대한 동굴의 시꺼먼 아가리 같은 지하철 입구가 보이자 가슴이 쿵쾅거리고 다리도 바들바들 떨린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간신히 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냥 택시 탈 걸 그랬나 싶다. 그래도 택시는 너무 비싸다. 이런 것도 못하면 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조심 또 조심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정신 줄을 놓지 않으려 바짝 긴장해 손잡이를 부여잡고 주위를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수상쩍은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그 놈은 어디에도 있고, 언제든 뛰쳐나와 나를 공격할 수 있다. 그때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진 않겠다.


지난 봄, 계모임을 가던 길이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누군가 나를 밀치고 달아났다. 난 비틀거리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고관절이 박살나고, 다리가 부러지는 대형 사고를 당해 5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했다. 놈은 교활하게 CCTV도 없는 사각지대에서 범행을 했고,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갑자기 옆으로 젊은 남자가 휙 지나간다. 난 손잡이를 꽉 쥐고 옆으로 바짝 붙어서 그 사람이 저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음 차를 타면 된다. 그 놈이 노리는 것은 내가 급하게 허둥대는 바로 그 순간이다. 놈에게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한 대를 보내고 그 다음 지하철에 올라 탄 나는 좌석에 털썩 앉았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맥이 탁 풀리면서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집에 들어가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을 때 어떻게든 놈을 붙잡아 내 돈을 받아내야 한다.


내 돈... 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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