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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재희 Nov 26. 2018

포기할 수 있는 용기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 등반가에게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중요하다. 등반가 사이에선 어느 산에 갔다 왔다는 것은 정상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에 가지 않았다면 등반으로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2011년 북미에서 제일 높은 Denali를 다녀왔다. 네가 정상에 올라갔기에 어디 가서 "Denali 16일 만에 갔다 왔어"리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등반인은 대학교 때부터 지금 60이 넘어까지 누구의 후원을 받아 등반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후원을 받으면 후원사의 눈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후원사는 후원한 등반가가 정상에 올라 회사 로고가 있는 플래카드나 웃을 입고 사진 찍기를 원한다. 그래야 광고 효과가 있을 때니까! 그래서 무리에서 정상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그러다 사고가 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어느 산에 갔으면 정상 가는 것을 선호한다. 어렵게 어렵게 산에 갔고 힘들게 등반을 했는데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다음에 또 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럼 캘리포니아에 있는 Shasta 등반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살고 있는 와싱톤 주 시애틀에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Shasta까지는 543 miles(874 km)로 쉬지 않고 고속도로로 달려도 8시간 30분 걸린다.


평소에 혼자 가기에 조금 먼 길이다. 그러나 때마침 아들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학교 설명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아들 혼자 보낼 수 없어 내가 같이 가기로 했다. 내려간 김에 Shasta 등반하기로 계획했다.


파트너를 못 구하면 혼자라도 갈 생각으로..., 다행히 mountainproject.com를 통해 Eric이란 친구랑 같이 가기로 했다.


4/8일 월요일 Eric을 Bunny Flat Trail Head에서 오전 11:40 만났다. Eric은 어제 와서 캠핑을 이 곳에서 했다고 했다. 경제 전공을 했는데 현재는 무직, 잡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12:30 쯤 출발, 약 4시쯤 Helen Lake 약간 못 미쳐 도착, 텐트를 쳤다. 정상 루트는 Horse Camp에서 Casaval Ridge를 타서 약 9800 ft 쯤에서 캥핌을 하는데 우리는 하산을 Avalanche Gulch를 통해 하기 때문에 Helen Lake 근처에서 캠핑을 한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Eric은 텐트에서 쉬고 혼자 Casaval Ridge을 올랐다. 내일 새벽에 깜깜할 때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루트를 확인하기 위에서였고 또 새벽에는 Casaval Ridge를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 없어서 남든 오후 시간을 이용하기 위한 거였다.


 

다음날 새벽 2시쯤 헤드램프를 켜고 출발했다. 어제 오후에 Casaval Ridge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어둠 속 이었지만 Ridge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Ridge에서 윗부분으로 오르기 위해 몇 개의 루트가 있었는데 어두워서 빠르고 짧은 루트를 찾지 못했고 그래서 가장 우회하는 루트로 갔다. 그래서 생각보다 2시간 정도 너 걸린 것 같다.

빨간선이 우리가 택한 루트


정상에 오르기 전 마지막 가파른 언덕이 있다. 13,000 피트(4000 미터) 정도부터 시작되는 Misery Hill이라는 곳으로 약 1000피트(약 300미터) 정도 오르면 드디어 멀리서 정상이 보인다. Misery Hill은 멀리서 별것 아닌 것 같았다. 약 30분 정도면 쉽게 올라갈 것 같았다.


그러나 새벽부터 움직이고 몇몇 힘든 구간을 등반해서 그런지, 아니면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랬는지, 고도 때문인지 생각 보단 쉽지 않았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비참한 언덕이었다. 1시간 이상을 걸은 것 같다. 드디어  Misery Hill에 올라섰다. 내 눈앞에 광활한 대지가 펼쳐 졌고 저 멀리 정상이 뽀쪽 올라와 왔다.

보기에는 정상이 가까이 보여도 한 시간 이상 더 가야 할 것 같았다. 오전 10시쯤. 약 8시간을 등반한 것이다. 파트너인 Eric에게 물어봤다. 더 정상 갈거니? 자기는 힘들어서 더 이상 갈 수 없단다. 어떻게 하지? 다시 8시간 반이다 걸리는 Shasta오기란 쉽지 않을 텐데. 좀 많이 쉬었다가 기운을 차려서 정상에 가자고 Eric을 설득 할까? 그러면 1시간 반이나 두 시간 후에 정상에 도착할 것 같은데 너무 늦을 것 같았다.


내 욕심 때문에 무리하지 말자. 몸이 많이 지쳐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Eric을 위해 안전할 것 같았다. Shasta는 화산이 폭발하여 없어지지 않는 한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여기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또 올 수 있겠지. Eric에게 "Let's go back down"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었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Eric은 텐트에 와서 약 2시간 잔 것 같다.


욕심과 아집에 기초한 밀어붙임은 자신뿐만 아니라 팀, 회사, 심지어 한 나라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과 팀을 올바르게 평가할 때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포기할 수 있는 용기, 포기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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