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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재희 Nov 27. 2018

걸을 수 만 있어도 행복하다

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

와싱톤주에 캐스케이드 산맥이 있다. 이는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에서 북가주 까지 이어지는 산맥이다. 그중 와싱톤주에 있는 것은 North Cascade라 부른다. 이 산맥에 위싱톤에서 가장 높은 Mount Rainier가 있고 그 외에 등반성이 있는 무수한 산들이 있다. 아마 North Cascade 산들을 다 등반하려면 평생 걸릴 것 같다. 그 만큼 위싱톤 주는 등반할 산들이 무수히 많다.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절대 등반가를 실망시키지 않는 곳이다. Torment-Forbidden Traverse는 North Cascade 산맥에 있는 등반지 중 사랑받는 곳 중에 하나다. 나도 오랫동안 이 곳을 등반하고자 조사를 했고 계획을 했다. 나의 등반 파트너는 마이크로 소프트에 다니는 요하네스란 독일 친구다. 나 보다 약 10살은 어리다. 우리는 몇 년간 같이 등반했다. 

요하네스와 시간을 맞춰 2012년 9월 7일(금요일) 등반 사무실에서 신고를 하고 Cascade Pass로 향했다. 9시쯤 트레일 헤드 도착. 곧 출발했다.  

루트는 사진 왼쪽에 있는 Torment를 먼저 오른 후 릿지를 타고 Forbidden 정상까지 간 후 내려오는 것이다. 일단 산에 올라 암벽을 타기 시작하면 물을 얻기 힘들다. 그래서 첫날 Torment정상을 찍고 빙하까지 하강하여 비박을 하거나 시간이 되면 가파른 설사면을 가로 질러  Torment와  Forbidden중간 지점에 가서 비박을 하는 것이다.


우리에 계획은 최소한 Torment를 오른 후 빙하까지 내려가 눈과 얼음을 녹여 물을 마시고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트너인 요하네스가 힘들어 보인다. 처음부터 내가 선등을 해서 갔는데 빨리 쫓아오지 못한다.


Torment 정상에 다다를 무렵 어두워지려고 한다. 요하네스가 더 가는 것은 무리라고 해서 다시 내려와 바위 중간에 2명이 쪼그려 잘 공간을 확보하고 밤을 그곳에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계획했던 빙하까지 못 간 것이다. 그러면 물이 얻을 수 없다. 물을 못 마신 지 꽤 됐다. 갈증이 낳다.  등반에 집중하느라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무척 배고팠다. 그러나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물이 없었기 때문에. 이동 중에 먹으려고 했던 에너지 바를 먹었으면 좋겠지만 더 갈증이 날 것 같아 포기했다. 먹지 않고 참기로 했다. 배고픔, 갈증 그리고 추위와 싸우며 날 밝기를 기다렸다. 밤은 무척 길게 느껴졌다. 안 올 것 같던 아침은 왔다. 이제 고통의 시간은 갔다. 어둠이 걷혔다. 일단 빙하까지 내려가 눈을 녹여 물을 마시고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으리라.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할 때 장비를 챙겨 희망을 가지고 이동을 시작했다. 


Torment를 지나 빙하 하강 지역까지 왔으나 하강 지점을 찾지 못했다. 60미터 밧줄 하나로 빙하까지 하강하지 못한다. 밑을 보니 허공인 것 같다. 중간에 장비를 설치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른 곳을 통하여 빙하로 내려갈 방법을 찾았다. 쉽지 않았다.


요하네스가 말한다. "Jaehee, I am so tired. I don't think that I can't contine. Let's get down." 요하네스의 상태를 보니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내려가기로 했다. 하강 루트는 우리가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가지 않고 직하하기로 했다.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가면 많이 우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하네스가 위에서 줄을 잡아주고 내가 조심해서 내려갔다. 60미터 줄 끝 지점까지 왔는데 적당히 장비를 설치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장비를 설치해야 내가 그 장비에 매달려 위에 있는 요하네스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장비를 설치할 만한 장소를 찾는 것은 중요했다. 밑을 보니 약 3미터 지점에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 그러나 줄을 그곳까지 닿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몇 번 고민하다 잘 살펴보니 조심해서 내려가면 밪 줄 없이 그 장소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로프를 풀고 내려갔다. 


그 다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 중에 안 사실이지만 로프없이 내려가다 30미터쯤 떨어진 것이다. 정신 차려 보니 내 몸이 바위와 눈 사이에 끼어 있다. 서 너 시간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요하네스가 나있는 곳까지 내려와 무전으로 밑에서 등반을 준비하고 있던 다른 한국 팀에게 연락했다. 이 팀은 어제 같이 등반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늦어져 올라오지 못하고 밑에서 자고 이제 등반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다행히 무전이 됐다. 요하네스가 내가 떨어졌다고 연락했다.  나도 무전으로 밑에 있는 팀과 통화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정확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들은 바에 위하면 내가 횡성 수설 했다고 한다. 괜챃다고 했다가 아프다고 했다가. 요하네스가 눈을 녹여 음식을 준 기억이 난다. 배는 무척 고팠지만 속에서 받지 않아 먹지 못했다.


요하네스가 무전으로 연락했던 팀은 구조 요청하러 산 아래로 내려가고 산 밑에서 등반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미국 팀이 우리 쪽으로 올라왔다. 내 상태를 보고 우리 힘으로 스스로 내려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우리 팀을 도와 하산했다.


산 아래로 구조 요청을 하려 갔던 팀은 다행히 산을 오르고 있는 공원 관리인을 만났다. 중간에 만나지 않았으면 아무리 빨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까지 4시간 이상을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약 1시간 하산 중 공원 관리인을 만난 것이다. 공원 관리인이 무전기를 통해 헬기 구조 요청을 했다. 그 사이에 나와 오하네스는 미국 등반팀의 도움으로 빙하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헬기는 출동하여 빙하 위에 착륙하려고 몇 번 시도했다. 빙하에 내리는 것은 지반이 불안전하여 위험한 것이라 했다. 몇 번 상공을 선회하더니 연료를 버리고 동체를 가볍게 한 후 무사히 착륙했다. 그리고 이내 나를 싣고 인근 병원으로 호송했다.


나는 그때까지 내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지 못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다음 날 깨어 보니 온몸이 아팠다. 왼쪽 갈비뼈가 두 개 부러졌고 왼쪽 어깨가 깨졌다고 했다. 아마 왼쪽으로 떨어진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었다. 나중에 헬맷을 보니 심하게 긁혀 있었다. 아마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으면 사망했거나 뇌를 크게 다쳤을 것이다. 아내가 집에서 병원까지 약 편도 2시간 정도를 운전하여 병문안을 1주일간 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집에 혼자 나둘수 없고, 또 학교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장거리를 매일 운전해야 했던 것이다.


일주일 후에 퇴원했다.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많은 것들을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퇴원한 후 첫 주일, 주일 예배를 보러 아내가 운전하는 차 뒤에 타 교회를 가는데 참 감사했다.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다.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힘들지만 내 몸을 움직여 예배 보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제대로 걸을 수 없지만 짧은 거리라도 내 발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예전에 걷는 것 당연한 것이었다. 걷는 것이 성이 차지 않아 뛰어다니곤 했다. 암벽을 등반하고 빙벽을 등반했다. 걷는 것은 쉽고 재미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하니 아파서 인상을 쓰며 걷는 것 자체도 감사했다. 얼마나 빨리 걷는가,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거리를 가느냐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거북이 같이 느리더라고 걷는 것 자체가 기쁘고 감사했다. 내 말로 걷는 것 자체가 소중했다.  건강해서 그 동안 당연히 여겼던 모든 것들이 감사했다. 

사고가 난 두 달 후, 재활 차원에서 암벽을 다시 시작했다.

행복 멀리 있지 않다. 나와 위를 바라보면 불행해진다.  그러나 밑을 보고 내가 갖은 작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감사한다. 


Note:  암벽등반 특히 실제 산에서 하는 것은 위험하다. 암벽등반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고, 작은 실수로 큰 사고를  유발한다. 특히 등반 시 아무리 쉬워 보여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밧줄을 푸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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