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시, 로마 (2)
바티칸 시티를 아침 일찍부터 둘러보았다.
이탈리아의 많은 건물들의 천장이 유난히도 아름다웠는데 바티칸 시티가 그중 단연 최고였던 것 같다. 구경하는데 생각보다 더 크고 오래 걸렸다. 걸어가는 코스가 정해져 있어 따라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시스티나 성당에서 그 유명한 <아담의 창조>를 보았다. 천장에 그려진 벽화라 그냥 올려다 보기에는 거리가 멀어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성경 벽화들로 가득 채워진 광경은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을 만큼 멋있었다. 아쉽게도 사진은 금지였는데, 그만큼 관광객들 또한 사진에 대한 집착은 덜고 순간을 즐길 수 있으니 나름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바로 성 베드로 성당으로 이동했다.
건물부터 웅장했으나, 줄이 무지막지하게 길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와서 장장 두 시간 정도를 축축해진 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나 입장하는 순간, 그 어떤 불평도 할 수 없었다.
먼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았다. 과거 한 관광객의 난동으로 인해 이제는 유리창 너머로 밖에 볼 수 없지만, 엄청난 작품을 실제로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성당은 상상 이상으로 화려했고, 구석마다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제대와 발다키노였다.
판테온에서 청동을 뜯어왔다고 들었는데… 어제 베르니니의 작품을 보며 이미 사랑에 빠진 터라 콩깍지가 씌었는지는 몰라도 청동을 뜯어오든 순금을 뜯어오든 용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에 남편은 유럽 여행을 통틀어 최애 성당을 꼽을 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성 베드로 성당이라고 답했다. 남편도 나도 이탈리아 여행 뒤 베르니니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감탄을 연속으로, 다시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 비가 슬슬 그치고 있는 듯했다.
유명한 거리와 광장, 그리고 다리를 건너며 구경한 뒤, 초콜릿 젤라또와 함께 하루 대부분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청동을 빼앗긴 판테온을 구경했다. 서기 125년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로마의 고대 건축물 속에 가만히 앉아 웅웅 거리며 메아리치는 소음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판테온을 나설 때는 이미 해가 질랑 말랑하고 있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멋진 뷰 포인트를 우연히 발견했다. 내일 노을 질 때 다시 오기로 했다.
뚜벅이 배낭여행으로 왔기에 불평을 꾹 참고 한 시간 반을 족히 걸어 호텔로 향했다. 하루하루가 고되지만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