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시, 로마 (1)
둘째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로마 포럼으로 향했다. 사실 고대 유적지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많이 없어 큰 기대 없이 향했다.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있어 의아했다. 개장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우리 앞으로 세명 정도밖에 줄에 서있는 사람이 없었다. 소지품과 여권, 입장권까지 검사를 꼼꼼하게 받았다. 직원분께서 한국 여권을 보시고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주셨다. 수월하게 입장 후, 드디어 로마 포럼을 마주하였다. 분명 밖에서 담장 너머로 볼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한순간에 다른 세상에 서있는 듯했다. 역사와 판타지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자유입장권을 끊어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박물관까지 다 돌아다녔지만, 사실 기억에 남는 장소는 단 한 곳이었다. 성벽을 따라 굽이 굽이 올라가다 보면 제일 높은 뷰포인트에 도달하게 된다. 푸르른 아침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로마 포럼의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 30분은 족히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명당을 너무 오래 차지한 것 같아 죄책감만 들지 않았어도 몇 시간은 더 넋을 놓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유럽 여행 중 단연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어서 옆에 콜로세움을 구경하러 갔다. 콜로세움의 역사개 참 흥미로웠다. 이 넓은 광장에서 무자비한 싸움이 몇 천년에 전에 벌어졌다니.
일정의 마지막은 보르게세 미술관이었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너무 늦게 표를 사는 바람에 몇 배나 더 비싸게 구매하게 됐다. 투어 가이드가 포함이 되어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값을 할지 반신반의했지만, 개인적으로 값을 떠나 대만족이었다. 남편 또한 유럽여행 중 다닌 미술관 중 가장 인상 깊았던 미술관 중 하나라고 했다. 미술관을 좋아한다면 꼭 추천드린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베르니니의 조각상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반항아적인 기질이 있는 그의 조각상들이 당시 교회의 기준에 맞지 않아 프랑스에서 약탈해가지 않고 남겨두었다고 한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베르니니의 조각상을 보면 감탄만 나왔다. 천재적이었다. 미칼렌젤로의 작품은 완벽한 전교 일등의 작품이라면, 베르니니의 작품은 수업시간에는 맨날 조는데도 전교 2등을 놓친 적 없는 학생의 작품 같달까? 그래서인지 좀 더 매력적이었다. 꼭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오늘의 젤라또는 우유 크림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