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시, 폼페이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첫날이 밝았다. 이탈리아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기에, 가고 싶었지만 일정상 빼야만 했던 폼페이를 가기로 했다.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골목길조차 예사롭지 않음을 보며 다시 한번 유럽에 왔음을 실감했다.
어젯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을 청했기에 배가 무지 고팠지만 아직 이른 시각이었기에 열려있는 곳이 없었다. 그때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작은 베이커리가 있었다. 혹시나 하고 문을 밀어보았다. 예상과 달리 문은 쉽게 열렸다. 사장님께서 아직 준비 중이신 듯했지만 반갑게 맞아 주셨다. 준비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파이 몇 조각을 주문해 봉지에 담아 갔다. 식사용으로 먹기에는 달았지만 워낙에 배고팠기에 일단 급한 대로 배를 채웠다.
기차를 타고 폼페이로 향하는 길, 기차가 취소되어 시간이 늦어졌다. 표까지 다 끊어 놓은 상태였기에 순간 당황했지만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다음 기차를 타면 된다고 했다. 알고 보니 흔히 있는 일 같았다. 혹시나 도시 구경을 충분히 하지 못할까 걱정은 되었지만 시간이 생겼으니 기차역에서 토스트를 먹기로 했다. 조금 짭짤했지만 먹을만했다.
드디어 폼페이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나폴리에서 한번 갈아탔다. 문제가 있다면 원래 타려던 기차표가 취소되면서 시간이 맞지 않아 표를 변경하게 되었는데, 유적지에서 좀 떨어진 역에서 내리게 된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폼페이역에서 내리고도 한참을 유적지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뭐, 괜찮다. 어차피 배낭여행의 묘미는 뚜벅이가 아닌가! 그렇게 남편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유적지까지 걸어갔다. 돌고 돌아 드디어 폼페이 유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무지 놀랍고 흥미로운 장소였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보존 상태도 좋았다.
도시를 샅샅이 둘러보며 그 시대의 문물과 그들이 성취한 부귀영화, 그리고 다른 무엇도 아닌 자연의 섭리로 인한 몰락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었다.
유럽 여행의 일정의 대부분을 내가 짰는데, 남편이 좋아해 주어 더 뿌듯했다. 시간이 살짝 모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웬만한 곳은 다 둘러보고 폐장시간이 다 되어서 나왔다. 이번에는 비로 앞의 기차역에 가보니 매표소 앞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거기다 다음 기차 시간을 확인해 보니 꽤 남았길래 기다릴 바에는 다시 조금 더 먼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한번 가본 길이라 그런지 돌아가는 길은 체감상 더 짧게 느껴졌다.
다시 기차를 타고 로마로 돌아가는 길, 창 밖 풍경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이탈리아의 일정을 늘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폼페이는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조잘조잘 오늘 있었던 일과 앞으로의 다가 올 한 달을 얘기했다. 이탈리아에서 1일 1 젤라또를 다짐하고 왔기에 호텔 앞 젤라또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주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