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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익명의 의견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다

by 아브리

대중에게 보이는 직업은 대중의 평가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드높은 대중의 잣대에 못 이겨 결국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왜 사람들은 남들을 못잡아먹어 안달인지. 왜 굳이 나쁜 마음을 그렇게까지 드러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나의 생각을 그냥 혼자, 주저리주저리 적어본다.


대중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대중의 의견은 어떻게 설립되기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대중”이 성급히 판단하고 갈대처럼 쉽게 입장을 바꾸는 것을 비판한다 - 우리도 그 ”대중“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같은” 대중인가? 본인의 입맛에 따라 사시사철 입장을 바꾸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경우, 상황에 따라 더 유리한 쪽, 더 힘을 얻은 입장의 사람들의 의견이 수면 위로 올라와 대중의 입장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 대다수의 사람의 입장은 변화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단편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영상 중, 같은 인물이나 주제에 대한 영상들이 알고리즘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혹은, 똑같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업로드된 플랫폼에 따라 상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개개인의 차별된 의견이 모여 대중의 의견이 형성되기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일관된 대중의 반응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중이 정말 얼마나 여론에 의해 휩쓸리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편파적인 보도에서는 이미 한쪽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에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만 자신을 더 드러낼 것이기고 반대되는 의견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한쪽 입장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목적의식을 잊어버린 기사에서도 많이 보이며, 영상의 “첫 번째 댓글”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기도 하다.


모든 것이 글로벌화가 되며 선택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여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경우, 본인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이미 본인과 같은 의견이 대세인 다른 매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면 과연 대중의 의견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 절대적인 대중의 의견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개인의 의견이 모여 대중의 의견이 성립된다는 전제하에, 안 좋은 이야기, 악플에 크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익명의 그림자 뒤에 숨어 남을 비판 하는 사람들 중 내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익명의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꾸며내게 되는데, 상대방응 어쩌면 꽤나 그럴듯한 사람으로 그릴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정작 그 사람은 나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일 텐데.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악플로 시달리다 고소를 진행할 때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빈번하게 걸리는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의견을 귀담아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와 견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그런 사람들은 악착같이 남을 끌어내리는 경우가 없다. 볼품없는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감추려는 사람들이 남을 죽어라 미워한다. 이것은 절대 재력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지.


혹 익명의 공간뿐만 아니라 서비스직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현상 같다. 일을 하면서 만난 진상들은, 재산의 유무와 상관없이, 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도리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의 화살이 나에게 향하고 있다면, 그저 내가 너무 잘났나 보다, 너무 부러워서 못 견디겠나 보다, 생각하고 웃어 보이기를. 자격 없는 사람들의 말은 훌훌 털어버리기를. 누군가 나를 끌어내리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이 닿을 수 없는 우위에 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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