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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내가 피해자라서 참 다행이야

by 아브리

안녕,

너희들, 그리고 너희의 부모들까지.

너희 소식은 알고 싶지 않은데,

가끔 들려오더라.


있잖아, 나는 누군가 피해자의 자리에 서야 한다면,

그게 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너희를 잘 알잖아.

버틸 사람이 나 밖에 없더라.


나는 항상 그런 식이었어.

울지 않았어. 뻔한 싸움에 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보고 독하다고 했었지만,

너희에게 지는 건 죽기보다 싫어서 참았어.


그러다 우는 법을 까먹은 듯했어.

혼자 있을 때도 눈물이 잘 나지 않았어.

억지로 울고, 스스로를 때려도.

어딘가 고장이 난 듯했어.


아프긴 엄청 아프더라.

아직도 너무 아프더라.

그런데 너희가 안간힘을 써도

끝내 패배감에 시달리던 이유를 나는 알아.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거든.

너희가 나를 사지로 몰아넣을수록

나의 존재가 증명되었거든.

나의 승리는 너희의 패배로 일궈졌거든.


아프긴 엄청 아픈데,

떳떳하더라.

나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누구에겐 위로가 되더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너희의 인생 소식이 참,

보잘것없더라.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피해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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