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있는데, '나는 내일 죽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에게 이 질문을 던져놓고, 집을 둘러보니, 큰일이다. 첫째로 애완견 페니와 코니를 누가 돌봐줄까 걱정이고, 둘째로 집안 구석구석 이 많은 짐들은 도대체 언제 이렇게 늘어난 건지 걱정이고, 셋째로 나는 과연 얼마나 행복하게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았는가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한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 것이 딱 한 두 가지 정도 있었던 듯하다. 공부와 여행! 공부는 초중고 의무교육 공부가 아닌, 내 의지로 했던 대학과 대학원 공부이고, 또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건축 공부이다. 공부는 인생을 살며 계속해야 하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쭉 내가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공부를 계속할 것 같다. 원 없이 했다 해도 내 지식은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리고, 내 지식에 대한 열정과 욕구를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하지만, 여행은 좀 다르다. 물론 나보다 더 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이들이 수두룩 하겠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생각해보니, 내가 지난 20여 년 동안 얼마나 호사를 누리며 지구 반대편 땅을 밟아봤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축복을 어떻게 만끽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결심을 했다. 책을 쓰자! 내가 지난 20여 년을 넘게 쭉 해왔던 여행에 대해 복습을 하며, 그 시대와 순간들에 겪었던 기억하고 싶은 혹은 잊어버리고 싶은 순간을 쭉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정리할 자신은 없지만, 나를 돌아보는 자서전적인 의미도 되고, 지금은 떠나지 못하는 나를 위로해 줄 많은 기억들을 새록새록 소환해낼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여행들을 돌아보며, 그 시간과 공간과 함께 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1.6.25.
일상의 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