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뭣이 그리 바쁜지 많은 구름이 어디론가 황급히 움직이는 가운데 부슬비가 내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개인 날씨
이불속에서 비몽사몽간에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Poached Eggs Grilled Honey Ham Roasted Potato Mini Slice Pancake Croissant, Danish, Toast Whole Fruits : Banana, Apple
Grilled Honey Ham은 꿀 때문인지 햄 맛이 참 부드러웠다.
점심때가 아닌데 벨이 울렸다.
방문을 열어보니 타월과 샴푸 그리고 커피와 차 세트가 배달되었다. 일종의 리필이었다.
오늘은 미얀마어 8개의 모음 중 3,4번째인 '우'와 '에이'를 자음과 함께 쓰면서 익혔다.
다시 벨이 울렸다.
식사가 너무 자주 배달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에 아침 먹은 것 같은데... 받는 측에서 이런 생각할 정도면 제공해주는 측에서는 오죽하겠는가?
Yang Chow Fried Rice Crispy Chicken Kung Pao Garlic Broccoli White Chocolate Cake
사전을 찾아보니 Yang Chow는 중국의 양저우란 지역을 일컬었다. 아마도 양저우 볶음밥이란 고유명사로 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란, 당근, 파를 넣어 만든 볶음밥이다. 약간 심심한 맛이라 김치와 같이 먹으면 좋을 듯싶었다.
브로콜리에 마늘 다진 것을 넣으니 마늘의 진한 맛이 느껴지며 그냥 물에 데친 브로콜리를 먹었을 때보단 한결 나았다.
식사 후 침대에 기대 TV를 틀었다. KBS World에서 연애의 발견이란 드라마를 했다. 여자 주인공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나온 배우였다. 작년에 아내와 함께 영화 본 기억이 났다.
과거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목이 메어지는 느낌을 받은 경우는 많이 있었으나, 소리 내며 흐느껴 운 적은 처음이었다. 빙의 증세가 있던 지영이가 엄마에게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반말로 충고하는 장면에서였다. “미숙아, 너는 젊어서 네 남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미싱공장에서 죽도록 고생하며 일했는데, 이제 직장에 재취업하려고 하는 딸을 위해 손녀를 돌보는 일로 왜 너를 또 희생하려고 하고 있니?”라는 대사였다. 영화 전반에 걸쳐 딸로 태어나 아들에 비해 차별을 받는 대사와 장면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대목에서 내가 빵 터진 것이었다.
이내 졸음이 왔다. 잠들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어느덧 1시간이 흘렀다. 일어나 바둑 한판을 뒀는데 6집 반차로 신승했다. 내가 백을 잡았으니, 집수는 같았겠다. 이제야 겨우 10급으로 올라왔다. 국어 10칸 노트에 미얀마어 모음 쓰기를 계속했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벨이 두 번 울렸다.
첫 번째 메뉴의 이름이 생소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았다. Penne(페네이)는 '끝을 대각선으로 잘라낸 짧은 튜브 형태의 파스타'를 의미했고, Arabiatta는 '토마토, 마늘, 고추의 메운 소스로 제공된'이란 뜻이었다. 메콤한 파스타였다. 함께 나온 치즈가루를 곁들이니 매운맛이 덜했다.
Sauteed Mix Vegetables는 브로콜리, 호박, 당근을 마늘과 함께 볶은 것이었다.
방안에 있는 녹차(Green Tea with Natural Jasmine)를 끓여 마셔보기로 했다. 티백 뒷면에 100도로 물을 끓인 후, 70-80도의 물 220ml에서 2분간 우려먹으라는 설명이 있었다. 찻잔의 용량을 알고자 물을 가득 채운 후 한인회에서 배달된 350ml 생수병에 담아보니 반이 조금 더 찼다. 180ml쯤 될 것 같았다. 끓인 물을 조금 식혔다가 찻잔에 가득 붓고 티백을 넣어 휴대폰 타이머로 2분을 잰 후 꺼냈다. 맛이 궁금했다. 한 모금 먹어보니 맛있었다. 입안에 남아있던 닭고기의 기름기가 부드럽게 제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 남부 Kerala주에는 Munnar라는 도시가 있다. 광대한 산악지역이었다. 전망대라 할 수 있는 Topstation Viewpoint를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굽이진 길을 한없이 올라가야 하는데, 자칫 핸들이 조금 틀어지기만 해도 굴러 떨러 질 것만 같은 아찔한 낭떠러지 길이었고, 주변은 온통 차밭이었다.
Tata Tea Museum에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영국인들에 의해 이 곳의 차 산업이 1700년대로 거슬러가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거대한 산악의 지형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킨 대 변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에 차 산업으로 인해 이곳 사람들이 문명의 혜택을 받고 소득이 증가했지만 개발로 인해 귀중한 원시림은 파괴된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즐겨마시는 차 한 잔의 이면에 환경훼손이라는 대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 본 계기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