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ached Eggs
Day 6 이제 세 밤만 자면 된다
2020년 10월 18일 주일
날씨 : 옅은 구름들이 하늘에서 미동도 없이 쉬고 있는 평온한 날씨
실내가 커튼 사이로 스며든 빛 때문에 살며시 밝아져 눈이 떠졌다. 천장을 보고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벨이 한번 울렸다. 어떤 때는 한번, 어떤 때는 두 번, 누르는 사람 마음대로였다. 머리맡 옆 탁상시계를 들어 올렸다. 7시 40분이었다. 이 시계는 바닥에 스프링 같은 버튼이 되어 있어서 시계를 들면 눌러져 있던 버튼이 자동으로 풀리면서 시계 속의 램프가 켜져 어둠 속에서 시간을 볼 수 있었다. 실내 에어컨을 꺼도 환풍구에서 불어오는 공기로 인해 실내는 추웠다. 밖은 한낮의 기온이 30도가 되는데도 말이다. 추워서 목욕가운(bathrobe)을 내복처럼 입고 잤는데 처음에는 둔해서 불편했지만, 적응이 되니 따뜻하게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Poached Eggs
Grilled Honey Ham
Roasted Potato
Mini Slice Pancake
Croissant, Danish, Toast
Whole Fruit : Banana, Apple
Poach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금성출판사의 그랜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첫 번째 의미는 '침입하다', '엉망진창으로 만들다'였고, 두 번째 의미는 '끓는 물에 넣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삶다'였다. 모양을 자세히 보니 계란 프라이인데 흰자만 보이고 노른자는 터트려지지 않고 동그란 모양 그대로 흰자 안에 둘러싸여 있었다.
어떻게 요리했을지가 궁금해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위키백과에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1. 그릇에 달걀을 깨뜨린다.
2. 달걀이 완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담아 식초, 소금을 넣고 약한 불에 가열한다.
3. 바깥쪽의 흰자가 익으면 안쪽의 노른자가 반숙이 된 상태에서 달걀 윗부분이 하얗게 될 때까지 약한 불에 익힌다.
4. 달걀이 익은 뒤에는 달걀의 노른자가 터지지 않도록 물기를 천천히 빼고 조심스럽게 달걀을 접시에 옮긴다.
노른자 한 개는 반숙, 다른 한 개는 완숙인데 내겐 반숙이 나았다. 밑에 깔린 Mini Pancake과 곁들이니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 떠올랐다.
교회에서 만난 주덕규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구와 다툼이 있을 때면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의리 있는 친구였다.
하루는 그의 생일에 초대를 받았는데, 형편상 선물을 준비할 수가 없어 궁리 끝에 집에 있던 달걀 10개를 종이봉지에 담아 가져 가 그의 어머니에게 드렸다. 어이없을 법도 했을 텐데 그분은 내 선물을 기뻐 받아주셨고, 나는 그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초대받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추수감사절 예배였다. 감사를 일부러 생각해내지 않으면 그 자리를 불평이 차지한다는 목사님의 메시지가 내게 와 닿았다.
창밖을 봤다.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거리를 음식 배달함을 등에 맨 배달원이 힘들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배달 한 번에 얼마를 벌까? 배달함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그를 짓누르고 있지는 않을까?
이곳에서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오토바이만 가졌어도 배달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보다.
Lockdown으로 인해 도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개들과 까마귀들과 비둘기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던 생명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교만해지지 않기 위해서 땅에서 가까이 살아가야겠다.
점심이 배달되었다.
Steam Rice
Prawn Mayonnaise with Fruits Salad
Tomato Salad
Brownies
주방장의 메뉴 밑천이 다 떨어졌는지 같은 메뉴가 나왔다.
Tomato Salad는 토마토에 양파를 곁들였고, 식초를 가미했는지 새콤했다.
파파야는 달았고, 멜론은 무같이 덤덤했다.
미얀마어 쓰기 연습을 계속했다. 8개의 모음 중 5, 6번째인 '에'와 '어'를 공부했다.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공부한 내용과 혼동되기 시작했다.
창밖 저 멀리 정면으로 양곤강 건너 숙소인 Star City가 보였다. 날 수만 있다면 수 분내에 날아갈만한 거리였다. 집 주변에 나무가 많아 산책하기에 좋았다. 자유가 그립고, 산책이 그립고, 집도 그리웠다.
3년 전 인도의 아그라를 여행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사자한' 왕이, 13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열병으로 44세에 죽은 그의 아내 '뭄타지마할'을 기리기 위해 22년간 지은 '타지마할'이라는 무덤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들에 의해 유배되어 타지마할에서 멀지 않은 아그라성에 갇히게 되고,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말년을 보내다가 쓸쓸히 죽었다고 했다. 내 그리움은 사자한의 그리움에 비할 깜도 되지 못하지만 그리움은 크기를 떠나 누구에게나 애틋하다고 생각했다.
저녁이 배달되었다.
Grilled Chicken Pizza
Potato Chips
Tomato Salsa
Tartar Sauce
Raisin Butter Cake
막 구워낸 듯 따끈따끈한 치킨 피자가 맛있었다. 이번 Tomato salsa는 매운 고추가 들어갔는지 상당히 매웠다.
바둑 한판을 이겼다. 10급이 된 후 2승 1패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미얀마어 쓰기 연습을 이어갔다.
낮잠을 자지 않은 탓에 자연스레 잠이 몰려왔고, 저항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