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앞서 거제도와 친숙해지기 위해 지도를 공부하기로 했다. 거제시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관광지도를 보니 섬이 동쪽 날개가 짧은 바람개비같이 생겼다. 북쪽으로는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과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거제대교와 신거제대교를 통해 통영과 연결되어 있었다. 섬의 크기가 궁금해 알아보았다. 우리가 묵을 리조트는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남쪽 끝에 있는 여차홍포전망대까지의 거리는 58km, 승용차로 1시간 16분 걸린다. 동쪽 끝의 장승포항에서 서쪽끝의 신거제대교까지는 32km, 32분이 걸린다. 동서보다 남북으로 더 길다. 관광지도에 거제9경이 소개되어 있어 위치를 보니 남동쪽에 몰려있다. 최남단에서부터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관광을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제시 홈페이지에 추천여행코스가 있어 4개의 드라이브코스를 살펴보았다. 1번은 여차-홍포해안도로로 여차에서 출발해서 홍포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거리 8km, 13분이 소요된다. 3.5km구간은 비포장이지만 승용차로 가기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거제 9경 중 7경인 여차홍포해안비경을 감상할 수 있겠다. 2번은 학동-해금강해안도로로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출발해 '해금강유람선'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7.6km에 12분이 소요된다. 4경 흑진주 몽돌해변, 2경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1경 해금강이 이 구간에 포함된다. 3번은 구천삼거리-망치삼거리로 9km거리에 13분이 소요된다. 3경 외도, 8경 내도와 공곶이, 6경 지심도를 여행하기 위해 지나는 도로다. 마지막으로 4번은 장승포해안일주도로로 '장승포해안도로'를 출빌해 양지암조각공원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2.5km거리에 6분 소요된다. 9경 중 위 드라이브코스에 빠진 곳은 5경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9경 거가대교다. 양지암조각공원에서 포로수용소까지는 13km, 20분 소요예정이니 4번에 포함시키면 될 듯하다. 시간이 난다면 거가대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호전망대를 방문해 보고자한다. 이번에는 거제 9미 중 9월에 제철인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멍게•성개 비빔밥은 연중 제철이고, 거제멸치쌈밥&회무침도 마찬가지다. 거제생선회 & 물회로는 9월에 제철인 전어가 있다. 그리고 바람의 핫도그와 볼락구이도 연중 제철이다. 이제 맛집을 찾아볼 차례다. 인터넷에서 '거제 3박4일'을 입력 후 나온 블로그에서 찾아보았다. 3번길에는 구조라해수욕장에 있는 외도널서리카페와 망치몽돌해수욕장 부근의 N436카페가 있었고, 4번길에는 장승포항 인근의 젓갈한상이 소개되어 있었다. 포로수용소 부근 맥반석은 멍게비빔밥이 유명하다고 했고, 서쪽 둔덕면에 파인에이플러스에서는 거제파스타와 치킨스테이크가 추천되었다. 서쪽 사동면에 있는 온더선셋 카페는 일몰이 멋지다고 했다. 이정도면 됐다.
9월8일 화요일 날씨 : 전날 태풍이 지나간 후 후덥지근한 날씨
처음으로 동탄역에서 SRT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집에서 수서역까지 가는편이 고생이기 때문이다. 대신 내 차를 이용해 동탄역에 가서 차를 3일간 주차해 놓기로 했다. 비용은 비슷해 보였다. 동탄의 중심부를 차로 통과한 건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주거지라 깨끗하기는 한데, 성냥갑 같은 아파트 일색이라 세련된 맛은 없었다. 발코니가 있는 건물들이라면 도시가 더 멋져보일거라 생각했다. 동탄역 지하 2층에 주차한 후 지하 6층의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경사로가 없이 계단만 있는 곳이 있어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2시간 15분간 SRT매거진에서 여행과 공연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1시에 부산역에 도착해 SK렌터카에서 투싼 2.0을 빌렸다. 네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지 않아 직원에게 왜 없느냐고 따지니 사무실에 들어가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곧 외장형을 가져와 설치해 주었다. 차를 주차장에 두고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옆 건물에 있는 앙코르라마다호텔 3층으로 올라가 9,900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나는 일식, 하나는 치킨이었는데 양이 어찌나 많은지 다 먹질 못했다. 거제를 향해 출발을 했는데 네비게이션을 창에 고정하는 고정대가 말썽이었다. 오래되었는지 조금만 달려도 계속 떨어지는 것이었다. 네비게이션을 기어박스 옆에 두고 소리에 의존해서 운전했으나 초행길에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복잡한 부산 시내를 빠져나와 거제방향으로 달렸다. 침매터널을 지날때는 수심 48미터로 세계 최대 깊이의 수중터널이란 사인보드의 글을 보고 혹시라도 중간에 물이 새면 꼼짝없이 수장되겠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빨리 빠져나가는 게 상책일 것 같아 속도를 높였다. 이어 주탑이 2개인 사장교와 주탑이 3개인 사장교로 된 거가대교를 통과했고, 통행료 만원을 내고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꼬불꼬불한 편도 1차선 도로를 잠시 달린 후 한화콘도 벨버디어에 도착했다.
벨버디어 리조트
초승달 모양으로 되어 있는 해변의 끝자락에 산을 등에 업은 웅장한 건물이었다. 해변은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을 연상시켰다. 숙소는 온돌방과 침대방 그리고 거실과 욕실 2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실과 침실에서는 발코니의 통유리를 통해 바다가 보였고, 멀리 왼쪽으로는 거가대교가 보였다. 이미 시간이 5시가 되어 멀리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추천드라이브 4번길인 장승포해안도로로 가 보기로 했다. 콘도에서 40여분이 걸렸다. 해안도로 초입의 매우 가파른 길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길이 나왔다. 도로 우측에는 보도가 있어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좌측은 산이었는데 도로 양측에 나무들이 우거져 일부 구간은 나무 터널과도 같았다. 양지암 조각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각공원 방향으로 걸어갔다. 나무 우거진 숲길을 걸을 때 오른쪽에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아침부터 장시간의 이동으로 피곤할만도 했는데 걸을 때 피곤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 조각작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덧 주위가 깜깜해졌다. 등대가 있는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다가 가로등은 있었지만 인적이 드물어 포기하고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맛집을 찾아 장승포항 주변을 차로 헤매다가 해미촌이란 음식점을 찾아 성게비빔밥과 멍게비빔밥을 각각 시켜 먹었다. 멍게의 맛이 성게보다 더 진했다. 불꺼진 장승포항 주변을 소화시킬겸 걸었다.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로 통행이 줄어든 탓인지 거리가 한산했다. 숙소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이용 G층으로 내려갔다. 최근의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해변으로 가는 길은 막혀있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뽀로로가든도 들어가보고 야외공연장도 돌아보고 야외테라스도 돌아보았다.
뽀로로가든에 있었던 뽀로로와 친구들
9월9일 수요일 날씨 :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는 푹푹 찌는 무더위이나 그 외 시간은 시원한 날씨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강한 햇살이 방으로 들어왔다. 4층 푸드코트 고메이(Gourmet)에서 조개된장찌게와 전복죽으로 아침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아침 뷔페가 제공 안되는 것이 아쉬웠지만 단품메뉴도 괜찮았다. 날씨가 더운탓에 외도를 가는 대신에 추천드라이브 1번길로 향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이르러서는 바다뷰가 좋은 곳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차를 갓길에 잠깐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하지만 햇빛이 너무 강해 밖에서 오래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여차-홍포길은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정도여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떻게 서로 피해 지나갈지 걱정하면서 운전했다. 아스팔트포장구간은 얼마 안됐고 콘크리트포장구간과 비포장도로구간이 많아 천천히 달려야했다. 병대도 전망대가 나와 나무 데크에 올라가 보았다. 바다에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둥둥 떠 있었다.
병대도 전망대 앞 풍경
아름다웠다. 망원경으로 섬들을 살펴보았다. 나무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이 무인도같았다. 유람선만이 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니 근포마을에 이르렀는데, 바닷가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파라솔밑에 서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 곳은 뭐가 유명하냐고 물으니 땅굴이 있다고 했다. 그제서야 거제도 출발 전 한 블로그에서 본 땅굴에 관한 글이 생각났다. 땅굴속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멋지게 나온다는 곳이였다. 차에서 내리기 귀찮아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호기심에서 가 보았다. 이미 3개의 굴속에는 젊은 커플들이 들어가 있었고 밖에서 대기하는 커플도 있었다. 맨 끝 굴애서 커플이 나오길래 들어가 보았는데 천정의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로 바닥은 질퍽했고 굴의 길이가 3개 중 가장 짧은 것이어서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멋지지 않았다. 2번째가 그나마 동굴이 깊어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았지만 아가씨 두명이 사진 찍기에 몰두하느라 나올 기미가 없었다. 관광지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쉬웠다. 점심때가 되어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추천드라이브 코스 2번으로 가서 먹기로 했다. 학동몽돌해수욕장에 있는 ‘바다맛선장집’의 뽈락구이는 작지만 살이 포동포동했다. 쫄깃했고 굴비와 비슷한 맛이 났다. 6마리가 금방 온데 간데 없다. 식사 후 해변으로 갔다.
학동몽돌해수욕장
해변 곳곳에 사람들이 작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쉬고 있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속 몽돌들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튜브타고 노는 사람들이 있어 반바지 차림의 나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물이 여간 시원한 것이 아니었다. 파도가 반바지를 적셨다. 양산을 쓴 아내와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해변을 거닐었다. 몽돌을 밟을 때마다 나는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싫지 않았다. 자동차로 해금강선착장까지의 추천코스 2번길을 달린 후 돌아오는 길에 바람의 언덕에 올랐다.
바람의 언덕
바람이 없는 더운 날씨였는데 풍차 부근은 신기하게도 바람이 세게 잘 불었다. 햇볓이 따가와 풍차밑 그늘에 잠시 앉아 쉬는데 육중한 날개가 내게 떨어지는 듯했다. 바다가 보이는 바림의 언덕 핫도그집에서 구운도그 1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망고아이스티를 시켜 먹었다. 지친 몸을 잘 달래주었다. 점심 먹은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소화가 잘되었다. 역시 여행중에는 중간중간 먹어줘야 에너지를 얻는다. 더위의 기세가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3번 드라이브길로 가기위해 구천삼거리로 향했다. 나무 우거진 산길을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렸다. 공기가 참 맑았다. 망치삼거리까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한 대도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망치몽돌해수욕장에 차를 대고 선착장까지 천천히 걸었다. 학동보다는 해변이 덜 정돈되어 보였으나 그런 탓인지 인적은 드물었다. 선착장끝에서 낚시하고 있던 사람이 물고기를 막 낚아올렸다. 크기는 작았지만 플라스틱 어항에서 생기있게 헤엄치는게 영락없이 바다 물고기였다. 도로를 건너 마을이 있는 언덕위로 천천히 올라가 보았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옥들이 열지어 있었다. 담장은 낮고 대문도 열려있어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시골 인심이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개가 나와 짖을 것도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바다 보이는 작은 집 한 채 사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치낚시횟집에서 가마솥 한방물회를 시켰다. 얼음 동동 뜬 대접속의 우럭 물회를 시원하게 먹고, 나온 공기밥까지 국물에 말아 맛있게 먹었다.
9월10일 목요일 날씨 : 어제와 같은 화창한 날씨
4시반에 잠을 깼다. 거실에서 피아노란 영화를 봤다. 남편을 보내고 말을 잃어버린 피아니스트 미혼모가 딸과 함께 어느 섬에 사는 남자에게 팔려 시집가서 피아노를 매개로 겪게되는 치정을 다룬 영화였다. 서정적일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쇼킹한 장면들이 많았다 날이 밝아와서 테라스를 보니 바다너머 산위로 빨간 해가 서서히 떠오르길래 잽싸게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리조트에서 조우한 해돋이
순간 포착이 절묘했다. 고메이에서 아침식사로 아내는 어제 내가 먹은 조개된장찌게를 먹고 나는 9미중 하나인 멸치쌈밥을 먹었다. 뚝배기에 끓인 큰 멸치를 상추와 깻잎에 싸서 먹는 음식이었다. 맛은 짯지만 처음 먹는 음식이고 철분이 풍부한 음식이라 생각하고 모두 비웠다. West 5층에 있는 Blackup Coffee에서 sea salt coffee와 뺑오쇼콜라 빵을 take out해 먹었다. 커피와 소금과 크림이 믹스되어 쓴맛, 짠맛, 단맛이 한꺼번에 느껴지며 맛있었다. 어제는 너무 차를 많이 탄 탓에 오늘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리조트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포로수용소 역사공원에 가는 계획을 세웠다. 무료로만 알았던 실내외 수영장이 인당 45,000원이라고 해서 놀랐다. 카운터에서 투숙객 할인 30%를 적용받고 입장하는데, 들어가서 써야 한다며 천 마스크를 주었다. 실내보다는 실외가 커서 실외로 갔다. 깊이가 1미터로 낮았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니 호흡이 방해를 받아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수영장 내에서도 마스크를 쓰라는 콘도측의 처사에 분통이 터졌다. 마스크를 안 쓰면 라이프가드가 쓰라고 하는 통에 할 수 없이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수영했다. 그의 눈치를 슬쩍슬쩍 보면서.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나 적당하지 나와 같이 수영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수영장이라 느꼈다. 사우나까지 한 후 방으로 돌아와 누워 쉬었다. 2시간여 물에서 논 것이 무리가 된 듯했다. 시간이 늦어 포로수용소행은 포기하고 일몰을 볼 수 있다는 온더선셋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해가 구름에 가려 일몰을 볼 수 없었다. 대신 주변 산책로를 걷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9월11일 금요일 날씨 : 흐렸지만 바람이 솔솔 불어 좋은 날
낚시하러 갈 때 탄 요트
요트의 선장석 옆에 있는 갑판위에 다리를 뻗고 앉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대통령별장이 있는 저도 앞 바다까지 갔다. 가이드는 오늘 우리가 하는 낚시는 원투낚시 일명 쳐박기낚시라고 했다. 난생 처음 낚시바늘에 지렁이를 끼우고 레버를 풀어 줄을 바닥까지 내렸다. 레버를 잠그고 릴을 2번 감은 후 낚시대를 아래로 내리면 바닥에 닿는 느낌이 손으로 전달되었다. 잠시 후 낚시대를 다시 들었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라고 했다. 아내는 4마리나 낚았는데 난 겨우 1마리 낚았다. 물고기는 작았지만 입에서 바늘을 빼내려고 할 때는 힘이 엄청 쎘다. 장갑을 낀 손으로 아가미 양쪽을 누른 후 바늘을 제거하면 물고기의 저항이 없다는 것도 배웠다. 낚시가 이렇게도 재미있을까? 주어진 1시간이 후딱 갔다. 하지만 태풍에 의해 바다로 떠 내려온 쓰레기 때문에 낚시하는 동안 배를 3번이나 옮겨야 한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나름 준비를 하고 간 3박4일간의 여행이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계획한 명소와 맛집을 다 방문해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