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호텔 호캉스

광진구, 구리 그리고 하남

by 앤드류


프롤로그


가 보진 못했었지만 라떼엔 워커힐쇼가 유명했었다.




8월5일 수요일


전례 없는 8월 장마철을 맞아 오후의 세찬 비를 뚫고 그랜드 워커힐호텔로 향했다. 수서 분당 간 도로의 이매 부근에서 영문도 모른 체 장시간의 정체를 겪은 후 원인이 폭우로 인해 도로 일부가 잠긴 것 때문이란 것을 알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후 막힘없이 청담대교를 지나 광진구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름휴가철이라 로비에 사람들이 많았다. 다소 춥게 느껴졌던 방에서 끓여 먹은 다즐링 티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집 근처에서 사 온 고봉민 김밥 한 줄 또한 늦은 오후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 대리석 마감의 굵은 기둥이 양쪽으로 가지런히 열 지어 있는 파빌리온 카페에서 아내와 함께 밀크 빙수를 맛있게 먹었다. 2층을 보니 LIBRARY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호텔에 도서관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방으로 들어와 주변 맛집과 라이브 카페를 검색해 보았다. 인근 구리시에 있는 '자연에서 온 추어탕'으로 아내와 의견 일치를 봤다. 라이브 카페로는 송창식 씨가 나온다는 하남시에 있는 '쏭아'에 관심이 생겨 전화를 통해 밤 10시에 그의 공연이 있음을 확인했다. 허름해 보이는 작은 주택에 위치한 식당에서 추어탕을 주문해 먹었다. 뚝배기에 나온 얼큰한 음식으로 몸보신 잘했다. 20분 정도 차를 몰아 쏭아에 도착해 보니, 송창식 씨 공연까지는 시간이 남아 인근에서 눈에 띈 전망대를 보고 오기로 했다. 큰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전망대까지 걸어가 보았으나 5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했다. 전망대의 이름은 '유니온타워'였는데 특이하게 생겼다. 굵고 높은 원형기둥 위에 럭비공같이 생긴 2층으로 된 전망대가 올라가 있는 모양이었다. 입장을 못해 실망해서 돌아오려는데 옆 건물 외벽에 Starfield라는 글씨가 붉게 쓰어져 있었다. 몇 년 전에 와 본 쇼핑몰이었다. 전망대가 최근에 지어졌다고 생각되었다. 아직도 공연 시작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개천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냇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최근에 내린 비를 고려해 보면 물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10시가 거의 다 돼서야 공영장에 도착했다. 왜 이름이 쏭아인지 궁금했는데 'Ssonger'를 그렇게 부른 것이었다. 1, 2층으로 된 넓은 객석은 고작 세 개의 테이블만이 손님으로 차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라이브 공연이라 아내와 나는 인당 26,000원인 비싼 차를 마셔야 했다. 이어 기타를 맨 송창식 씨가 무대에 올라왔다. 손님이 너무 적어 내심 실망했으리라 생각되었다. 평일에, 비에, 코로나에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겠는가? 자신의 애창곡들을 힘차게 기타를 연주하며 불렀다. 중간에 신청곡을 주문하자 손님 중 한 분이 '밤눈'이란 곡을 신청했는데 막히지 않고 잘 불렀다. 부르고 난 후 이 곡은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없는 고음이 포함된 곡이라고 하며 부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에 몇 곡울 더 불렀고, 공연 전 DJ의 부탁에 따라 우리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힘차게 보내 주었다. 중간중간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보였으나, 연세를 고려하면 열창이었다. 가수가 관객을 위하는 것인지, 관객이 가수를 위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공연은 1시간이 지나 끝났다.




8월6일 목요일


호캉스의 백미는 조식 뷔페가 아닐까 한다. 샐러드와 곁들인 연어는 감미로웠고, 고국에서 맛보는 미역국에 영양 잡곡밥 그리고 오이소박이는 일품이었다. 식사 후 산책을 하기 위해 주차 타워 오른쪽으로 난 층계를 걸어 올라갔다. 더글라스 가든이란 조그만 정원이 나왔다. 하얀 수국들이 영롱한 빗방울들을 머금고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산책길에서 이어진 도로를 따라 Pizza Hill이 있는 왼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층계를 조금 오르니 구리 암사대교가 보이는 쪽으로 photo zone이 설치되어 있었다.


20200806_115339.jpg Pizza Hill에서 바라본 전망


날씨가 흐려 한강의 전망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셀카로 아내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영업시간 전이긴 했지만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 메뉴를 보았다. 4 가지 혹은 6가지의 서로 다른 원색의 피자들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메뉴가 이채로웠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테이블에서 언젠가 식사해보리라 마음먹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워커 장군 추모비는 워커힐의 유래를 알려주었다.


20200806_120141.jpg 워커장군 추모비


6.25 전쟁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웠으나 참전 중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국 장군 워커를 추모하기 위해 미군 휴양시설인 Hill에 장군의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비록 조화지만 추모비 옆에 놓인 꽃다발이 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어제의 추어탕집에서 멀지 않은 묘향 만두집으로 갔다. 큼지막한 평양만두를 진한 고기 국물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소화를 시킬 겸 이번에는 호텔 좌측 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야외수영장 방향으로 산책을 했다. 비가 많이 온 탓에 산자락에서 흘러나온 물이 아스팔트 도로를 시원하게 적시며 흘렀다. 한강을 바라보는 좋은 위치를 차지한 야외수영장 이건만 비치의자들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풀내에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실내수영장으로 갔다. 25미터 3개 레인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였다. 가운데 물의 깊이가 1.5미터로 호흡이 완전하지 않은 아내는 조심스러워했다. 서로의 폼을 보고 깔깔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피곤한 몸을 풀고 기분 전환도 할 겸 구의역 인근에 있는 '휴웰빙타이'란 마사지 샾에서 아로마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2인 기준 한 시간 가격이 96,000원으로 저렴했고, 태국 여인들의 솜씨 또한 좋았다. 늦은 저녁 시간, 호텔 패키지에 포함된 치맥세트로 룸에서 저녁을 대신했다. 야채샐러드, 소시지, 감자 웨지 그리고 치킨 튀김은 맛있었으나 양이 많아 남겨야 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바람도 쏘일 겸 비스타 호텔 주차장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보도의 난간에서 발아래를 보니 강변북로를 따라 차량들이 씽씽 달리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장마로 인해 불어난 한강물이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멀리 왼쪽으로는 구리 암사대교, 오른쪽으로는 광진교가 조명을 받고 아름다운 밤의 야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방향을 돌려 인적이 드문 호텔 입구까지 천천히 걸어갔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8월7일 금요일


다음날 산책 후 뷔페식당으로 갔으나,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어제 보았던 LIBRARY가 바로 옆에 있어 들어가 보았다. 정말로 도서관이었다. 호텔에 마련된 도서관 치고는 꽤 컸다. 둘러보니 고전들이 많았고, 만화책도 있었다. 책은 좋아하지만 내 대기 번호가 호명되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조식 뷔페에서 먹은 호박죽은 일미였다. 오랜만에 피트니스에서 기구 체험을 하고, 체크아웃했다. 첫날 올라가지 못한 전망대에 올라 하남시 주변을 360도 조망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강 둔치에 생태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된 것이 보여 걸어보기로 했다. 개천 다리 밑 경사로를 내려와 우측으로 도니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이 나왔다.


20200807_134108.jpg 하남시 메타세콰이어 산책길


길 옆 수직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 속을 걸으며 마주한 바람은 시원했다. 길 중간에서 왼쪽의 둔치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걸었다. 많은 비로 인한 범람의 흔적으로 풀들이 누워 있었고,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이 엉켜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생태공원의 연꽃잎 위에도 흙탕물이 올라가 있었다. 둔치 산책을 마지막으로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쳤다. 멀리 가진 않았지만 도시와 자연을 함께 체험한 알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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