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여행 3박 4일

지리산 한화 리조트

by 앤드류


프롤로그


먼저 날씨부터 알아보았다.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대체로 맑고 기온은 최고 25도, 최저 10도다. 구례군청 홈페이지에서 구례 관광안내도를 다운로드하여 보았다. 생김새가 한 입 크기로 뚝뚝 잘라낸 브로콜리 같다. 지리산의 남서쪽에 접해있다. 위로는 남원시, 아래로는 순천시가 있고, 오른쪽은 하동군이 왼쪽은 곡성군이 있다. 구례를 옆으로 3 등분하면 그 경계 부분에 각각 화엄사와 섬진강이 있어 두 곳을 이정표로 삼았다. 추천 여행코스를 살펴보고 구례5일장이 있어 순서를 바꿔보았다. 날씨가 좋을 테니 실내는 생략했다. 1일 차에는 섬진강 아래 오산 사성암을 시작으로 한옥 고택인 쌍산재와 운조루, 연곡사 순이다. 2일 차에는 섬진강 대숲 길•힐링생태탐방로, 구례 5일 시장(3/8일장) 그리고 화엄사가 대상이다. 3일 차에는 천은사, 노고단, 지리산 정원, 지리산 호수공원이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성삼재 휴게소부터 노고단까지는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노고단 등반에는 오전을 할애해야겠다. 마지막 4일 차에는 오전에 섬진강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 보고자 한다. 오섬권역 다목적교류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음식 소개와 함께 촬영협조 음식점이 나와 있어 맛집을 별도로 찾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9월 22일 화요일
오전엔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이 잘 불어 시원했으나, 오후엔 구름 걷히고 해가 쨍쨍해 더운 날씨

오산 사성암을 목적지로 하고 내 차로 거침없이 구례로 내려왔다. 사성암을 찾는데 티맵보다는 도로 표지판이 더 정확했다. 구불구불 산 길을 올라 경사진 주차장에 차를 겨우 대고, 가파른 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잠깐잠깐 뒤돌아보며 저 멀리 산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다. 사성암에 이르니 2개의 불전이 지상에서 높이 떨어져 바위에 기대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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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방향 표시가 없어 먼저 왼쪽 불전을 보기 위해 종무소 옆으로 난 돌계단으로 올랐다. 나한전이란 불전이 나와 들어가 보았다. 네모진 큰 창문이 산아래로 나 있었다. 약간 흐린 날씨 탓에 구례 시내가 선명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전망이 좋았다. 나한전을 나와 좁은 통로를 따라가니 모퉁이의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드라마틱한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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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마을과 네모 반듯한 논들과 그 너머로 지리산의 능선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통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가파른 계단이 산으로 나 있었다. 계단을 오르고 약간의 산길을 더 오르니 오산 정상이라는 표지석이 나오고 그 옆으로 2층으로 된 정자가 나왔다. 정자에 오르니 조금 전 모퉁이에서 본 전망과 똑같은 것이 보였다. 다른 점이라면 사방에 막힘이 없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다는 것이다. 강추다. 산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오른쪽 불전으로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보다 훨씬 더 아찔하게 느껴졌다. 사성암으로 걸어 올라오면서 보았던 경치를 조금 더 큰 스케일로 볼 수 있었다. 다시 마당으로 내려와 의자에 잠시 앉았다. 오른쪽으로 사찰 안내판이 보였는데 한글로 불전의 이름들이 쓰여 있었다. 이어 2개의 불전을 바라다보니 외벽 현판에 한자로 왼쪽 것은 53불전, 오른쪽 것은 유리광전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2개 불전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53불전은 나한전을 일컫는다고 추측했다. 점심때가 다가와 구례읍에 있는 부부식당으로 갔다. 공영주차장의 한쪽 구석에 위치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된 차들 때문에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슬기 수제비를 먹었다. 함께 나온 반공기의 밥까지 다 비웠다. 등산용 스틱을 하나 사기 위해 인근의 레저용품 가게에 들렸다. 5만 원 달라는 주인아주머니와 흥정해 4만 원에 샀다. 노고단에 올라갈 거라고 하니 국립공원사무소에 전화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예상 못한 일이라 콘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문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쌍산재로 갔다. 입장료 만원을 내니 차 2잔을 주문하라고 해서 시원한 매실차와 따뜻한 대추차를 제공받았다. 정원도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한옥에 앉아 차를 마시라고 했다. 대나무가 빼곡한 길을 지나니 양쪽에 푸른색의 잔디밭이 나왔다. 잔디밭을 지나 왼쪽으로 가니 큰 한옥이 있었다. 젊은 커플 한 쌍이 한옥과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돌계단에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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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방석이 있고, 모기 쫓는 모기향도 피워져 있었다. 마루 끝에는 조금 더 높은 마루가 있었는데 난간에 기대어 앉아 차를 마셨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지만 한옥 앞 정원을 바라보는 맛이 너무 좋았다. 글을 읽어도 좋을 것 같았고, 창을 한 곡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한옥의 멋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방문자가 많은 지 한옥들 곳곳에는 스마트폰용 삼각대들이 있었다. 시간이 벌써 4시가 되어 서둘러 원곡사로 향했다. 절은 지리산 피아골로 들어가는 길에 있어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참을 달려야 했다.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였다. 늦은 오후라서 그런지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경내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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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들의 높이는 낮았지만 균형미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왜군들에 대항해 싸우다가 죽은 승려들을 위한 위령비가 있어 모진 세월을 견뎌는 사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을 나와 도로를 따라 더 올라가 보았다. 직전마을이란 곳에 천왕봉 산장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했다. 산장 옆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큰 바위들 틈을 지나 시원스럽게 흘렀다. 다시 차를 타고 창문을 열고 좋은 공기 마시며 천천히 내려오는데, 아내가 캠핑촌을 발견했다. 원기마을에 있는 피아골 오토캠핑장이었다.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텐트를 설치해 놓고 빌려주는 곳도 있었고, 텐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나무 평상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었고, 캐러번도 있었다. 주차장도 넓고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우리보다 연세가 조금 더 들어 보이는 부부가 나무 탁자에서 바비큐 해 드시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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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물소리 들어가며, 숲 속 새들의 노래 들어가며, 깊어 가는 가을 정취 느끼며 즐기는 고기가 얼마나 맛있겠는가!

우리 숙소는 한화 지리산 리조트였다. 화엄사 매표소를 지나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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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호텔동이 보였고, 온돌방 1개, 침대방 1개 그리고 거실과 욕실이 있었다. 침대는 2인용이었으나 다소 작았다.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되어 깨끗했다. 우리도 고기가 먹고 싶어 야외 가든에서 지리산 흑돼지 2인 세트를 시켜 먹었다. 삼겹살, 목살, 소시지, 속에 치즈가 들어 있는 가래떡, 양파, 팽이버섯을 구워 정말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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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3일 수요일
흐리지만 선선한 가을날

커튼을 젖히니 맞은편 호텔 건물 뒤로 소나무들이 빈틈 하나 없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숲이 보였다. 조금 지나자 옅은 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조금씩 흘러들더니 이내 짙은 소나무 숲을 순식간에 덮어 버렸다. 장관이었다! 콘도동과 호텔동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아침에 나무 무성한 숲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땅에 떨어진 밤송이를 두 발로 까서 토실한 밤을 꺼내는 맛도 좋았다. 내리막길 끝 평지에 초가집 모양의 나무 정자 2개가 상당한 간격을 두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돌로 만든 탁자와 4개의 의자가 있었다. 심플했지만 그 자태와 배치와 여백이 주변의 무성한 나무들과 잘 어울렸다. 아침을 먹으러 호텔동 2층에 있는 노고단식당으로 갔다. 어제 야외 가든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그곳에서도 근무하고 있었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식당이었다. 아내는 황태해장국, 나는 맑은 닭곰탕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김치가 일미였다. 식사 후 프런트에 들러 노고단 등반을 위한 사전 허가 신청에 대해 문의했다. 답변에 따라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로 전화하니 노고단 정상은 현재 공사 중이라 올라갈 수 없다고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고단 중간지점까지 등반하려면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라고 했다. 휴대폰으로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 들어가 탐방로 예약을 진행하고 QR코드를 받았다. 오늘의 첫 방문지인 섬진강 대나무 숲길로 갔다. 도착해보니 소형 포클레인이 숲길 초입에서 지난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었다. 순간 숲길을 걸어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괜한 염려였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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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가 굵은 대나무들이 위에서 만나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몇 백 미터가 넘는 숲길을 지나니 강둑이 나왔다. 잔잔한 은빛 섬진강과 그 너머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이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강 건너 길을 따라 갈색의 나무 펜스들이 보여 혹시 자전거길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다음 목적지인 구례5일장으로 갔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에서는 할머니들이 가정에서 키운 것으로 보이는 채소와 과일을 길에 펴 놓고 팔고 있었다.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웠다. 허리가 구부러지고 야위어서 왜소해 보이는 할머니들을 보니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 연세에 일하면서 직접 가꾼 농산물을 팔아 손주들 용돈 주는 행복에 살맛 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작은 점포들이 나왔고, 현지에서 나는 다양한 차 원료를 비롯한 농수산물을 볼 수 있었다. 아내가 전어회 1팩, 깻잎 1묶음, 포도 1 바구니, 사과 1 바구니, 버섯 반근, 밤 1 바구니, 참기름 한 병을 샀다. 콘도로 돌아와 회와 과일을 점심으로 먹었다.

화엄사는 콘도에서 1킬로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콘도가 화엄사 매표소를 지나 있기 때문에 입장료는 면제였다. 불전들이 좁지도 넓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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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낡아 보이는 큰 절이 있어 보니 고등학교 때 국사책에서 공부한 기억이 나는 각황전이었다. 내부에는 몇 개의 기둥이 있었고, 기둥을 나무 들보로 상호 연결하여 천정을 떠 받치고 있었다. 공간의 규모가 매우 커서 유럽에서 본 중세의 성당을 연상시켰다. 탑을 4마리의 사자와 그 가운데 있는 한 사람이 함께 받치고 있다는 사사자 삼층석탑 보수현장이 있어 올라가 보았다. 설명 표지판의 스케치를 통해 어디까지가 기단이고, 어디까지가 탑신인지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석탑 전체를 밀폐한 채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고, 내부에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호이스트도 보여 보수 규모를 짐작케 했다. 화엄사 주차장 한쪽에 연기암에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 있어 가보기로 했다. 연기암으로 이어지는 3km 정도 되는 비포장도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고 나무로 둘러싸여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드문드문 도보로 걷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차로 올라가는 내가 미안할 따름이었다. 연기암 입구에 다다랐으나 아쉽게도 카페는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연기암은 암자 치고는 규모가 컸다. 산 아래 저 멀리 섬진강과 마을이 까마득히 보였다.

2020년 9월 24일 목요일
흐려서 덥지 않고 시원한 날

이번에는 콘도동 왼쪽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가 보았다. 시가 새겨진 바윗돌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구례 시의 동산이었다. 몇 개의 시를 읽어보았다.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참 많았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 노고단식당으로 왔다. 많이 시장하지 않아 해물 청국장 하나를 시켜 둘이서 먹었다. 양이 딱 적당했다. 원래는 천은사를 먼저 방문하고 노고단으로 가려고 했으나, 노고단 오르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순서를 바꿨다. 구례읍으로 나와 아빠김밥이란 곳에서 계란 김밥 2줄을 샀다. 노고단 가는 길도 꼬불꼬불했다. 도중에 천은사 가는 길을 지나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평지 주차장은 이미 다 차서 내리막 주차장에 차를 댔다. 공기가 싸늘해 아내는 패딩잠바로 갈아입었다. 노고단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길은 넓었고 경사도 완만했다. 코코넛 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 편했다. 도중에 가파른 계단길로 가는 코스도 있었으나 무리하지 않고 편한 길로만 갔다. 골짜기를 따라 화엄사와 콘도 건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1시간 지나 도착한 노고단 대피소에서 김밥 한 줄을 먹었다. 채 썰듯이 가늘게 썬 계란을 넣어 만든 김밥은 꿀맛이었다. 가을 등산복을 입은 나는 추위가 느껴졌다. 따뜻한 차가 그리웠다. 다음 길은 험난했다. 돌로 조성된 길이었고, 경사도 심했다. 15분 정도 힘들게 올라가니 해발 1,440미터의 노고단 고개가 나왔다. 직진 표시에 천왕봉이 있었고, 오른쪽이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다. 입구에서 QR코드를 검사했으나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어 그냥 통과했다. 경사가 어느 정도 있었으나 나무 데크로 길을 만들어 놓아 오르는데 무리가 없었다. 저 높이 정상에 돌무더기 같은 것이 아주 자그맣게 보였는데 거기가 노고단 같았다. 날씨가 갑자기 변해 구름이 몰려오더니 사방이 잠시 구름에 갇혔다. 정상 부근에서 두 갈래 길이 나왔는데 하나는 올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내려가는 길이었다. 올라가는 길이 공사 중으로 통제되어 있었다. 어제 통화한 관리사무소 직원은 올라가는 길을 두고 노고단 정상에 올라갈 수 없다고 한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로 올라 노고단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돌을 놓아 쌓은 돌무더기가 있었고, 조금 떨어져 큰 바위에 노고단이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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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포함해서 2시간이 걸렸다. 해발 1507미터, 내 평생에 가장 높이 오른 봉우리였다. 산봉우리들과 구름에 가려 저 멀리 누런 논들만 아득히 보였다. 평일에, 코로나 영향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다. 다시 온 길로 내려와 휴게소의 카페에서 달고나 커피, 쵸코 라테, 치즈 프레즐을 사서 차 안에서 먹었다. 천은사 아래에는 큰 저수지가 있었고, 천은사 옆으로는 계곡물이 흘렀다. 물이 많았다. 왜 천은사의 천자가 샘 천자 인지 알 수 있었다. 절의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절 뒤로 산책로가 나 있어 걸어 보았다. 명상쉼터가 나왔다. 곡선으로 된 의자가 있어 누워 보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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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걸어 카페에서 쉬기 위해 구례읍으로 내려왔다. 구례 실내체육관 앞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페에서 앉는 것보다는 차가 더 편할 것 같아서 의자를 뒤로 하고 누워 쉬었다.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인근의 샤브면이란 식당으로 가 소고기 버섯 샤부샤부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바로 앞 건물에 마사지하는 곳이 있어, 발마사지를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코로나 때문에 참았다.

2020년 9월 25일 금요일

청명한 가을 날씨

아내와 딜을 해 내가 가고 싶은 섬진강 자전거길을 먼저 간 후에 아내가 또 가고 싶어 하는 시의 동산을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다목적교류센터로 갔다. 2인용 자전거를 빌려 아내와 같이 타려고 했으나 모두 수리 중이어서 할 수 없이 1인용 1대를 빌렸다. 시간당 6천 원인데, 30분만 탈 수 있느냐고 문의하니 가능하다고 해서 3천 원을 결재했다. 아내는 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걷겠다고 했다. 자전거길은 섬진강변을 따라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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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밟아 속도를 내니 귓속으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공기라 시원함을 넘어 다소 싸늘했다. 추측대로 강 맞은편으로 그제 갔었던 섬진강 대나무 숲길이 보였다. 오늘도 강물은 은빛으로 빛났다. 도로의 낙엽을 쓸다가 잠시 휴식 중인 어르신들이 있어 어제부터 궁금했던 도로변의 빨간 꽃의 이름을 여쭈니 상사화라고 하셨다. 잎이 떨어지면 꽃이 나고, 잎이 나면 꽃이 진다고 하셨다. 잎과 꽃이 서로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나서 상사화인가 보다. 브런치로 콘도에서 멀지 않은 지리산 대통밥이란 식당에서 대통밥정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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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 놓은 20가지 반찬의 배열도 예술이지만 모두가 맛있었다. 밥값을 계산하면서 아내가 포장된 말린 나물을 샀다. 주인아주머니가 조리 비법을 알려주셨다. 취는 뻣뻣하니 물에 10분간 끓인 후 불을 끄고 그대로 놓아 두어 천천히 풀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쑥부쟁이는 부드러우니 끓는 물에 넣자마자 바로 불을 끄고 천천히 풀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물은 꼭 짜면 안 되고 물기를 어느 정도 품은 상태가 되도록 해야 된다고 했다. 기름에 볶을 때도 물기가 있어야 하고, 냉동 보관 시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시의 동산으로 갔다. 천천히 이동하면서 어제 다 읽지 못한 시들을 마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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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상사화가 동산을 수놓았다. 동산 끝에 정자가 하나 있었고, 그 옆 계곡으로 길이 나 있었다. 지리산 계곡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물이 너무 맑아 웅덩이 바닥의 작은 모래알이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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