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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Feb 20. 2019

롤리타 패션에 대한 간단한 정리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지만 이것은 '패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찬우입니다.

얼마 전 저도 가끔 이용하는 ‘롤리타 패션 쇼핑 사이트’에 올라온 신상품 사진을 제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롤리타 패션’이란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을 요청하신 분들이 좀 계시더라구요. 


사실 저도 예전부터 이걸 한 번 기사로 다루어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만.. 한 번 도전해볼까 해서 이렇게 펜을(아니 키보드를) 잡아보게 되었습니다.  


이걸 아주 간단하게 설명드리기는 좀 모호합니다만.. 지식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국내에는 ‘롤리타 패션’의 역사나 종류 등에 대해서 빠삭하신 분들이 무지 많으시니까요. 뭐 그래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ㅎㅎ 간단하게 정리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  


‘롤리타 패션’의 ‘롤리타’라는 부분의 어원 자체는 다들 아시다시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Набоков , 1899~1977)’이 1955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과, 역시 1969년에 ‘러셀 트레이너(Russel Trainer, 1912년 12월 25일 ~ 1992년 12월 12일)가 발표한 ‘롤리타 컴플렉스’에서 기인 합니다. 오늘날에는 서브컬쳐 분야에서 어린 소녀를 지칭하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지요. 


1955년에 발표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원래는 나보코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소녀, 돌로레스의 애칭일 뿐이지만, 소설 자체가 이 소녀에게 집착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기도 하고, 러셀 트레이너의 소설에서는 반대로 어린 소녀가 어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페도필리아의 일종으로 특히 어린 여아를 상대로 한 성행위 혹은 성적 욕구를 의미하게 된 것은 70년대 이후부터입니다. 


1969년에 발표된 러셀 트레이너의 '롤리타 컴플렉스'


특히 일본에서 러셀 트레이너의 소설이 번역, 출간된 이후부터 그러한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고, 이후 ‘롤리타 컴플렉스’를 일본식으로 줄인 ‘로리콘(ロリコン)’이 서양으로 역수입되면서 페도필리아의 특성 중 하나를 지칭하는 단어로 정착이 됬습니다. 


흔히 '롤리타 패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거죠. ㅎㅎ


단, 롤리타 혹을 롤리타 컴플렉스가 지닌 의미와 ‘롤리타 패션’과는 사실 큰 연결점은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후술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순백색을 강조한 '시로(白)롤리타'와 검은색만을 강조한 '쿠로(黑)롤리타' 패션


물론 서브컬쳐계, 특히 만화/애니메이션/게임/라이트노벨/비쥬얼노벨 등의 장르에서 ‘롤리타 패션’ 혹은 ‘롤리타 패션을 선호하는 인물’이 어떤 특정한 성적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역할로서 등장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또한 사실이고 이러다보니 ‘롤리타 패션 = 검열삭제행위를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낳기도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롤리타 패션’을 추구하고 선호하고 또 이것을 평상복으로 소화하고 착용하시는 분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시각이나 시도들은 그저 민폐일 뿐이지요. 예쁜 옷을 추구하고 그것을 입는 것. 그것 뿐인데 말이지요. 


영국의 삽화가인 John Tenniel 경의 일러스트는 100여년이 흘러 일본의 '롤리타 패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본인은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ㅎㅎ


여하튼, 역사로 돌아가서.. 


1960년대에 일본에서 출발한 이 패션 장르는 하라주쿠를 메인으로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복식을 따라하는 패션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이 됩니다.  이른바 '내츄럴계(ナチュラル系)' 패션이라는 거였죠. 빅토리아 시대의 귀부인들이나 혹은 하우스메이드들이 입던 일상복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기도 하고, '타카라즈카 가극단'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다만 오늘날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ナチュラル系' 패션과 당시의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는 ‘자연스럽게, 캐쥬얼하게, 편안하게 입는 평상복의 느낌’이라면, 당시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일상복을 재해석한’ 패션이었던 셈이지요. 


'롤리타 패션' 형성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마리 앙투와네트 조제프 잔느 도트리슈로렌. 1755년 11월 2일 ~ 2014년 8월 ㅋㅋ


이러던게 1970년대 초반에 접어들어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다시 히트를 치면서 '귀여움'을 가미한 이른바 '소녀의상(乙女系. ‘오토메케이’라고 합니다)'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앨리스 하면 떠올리는 의상들(푸른색의 원피스와 에이프런, 비치지 않는 흰색의 타이즈, 예쁜 구두 뭐 이런 것들. 특히 John Tenniel 경의 삽화가..)이 유행으로 번지기 시작하지요. 하라주쿠를 중심으로 한 롤리타 패션 잡지들과 유명 브랜드들이 다 이 시기에 출발을 합니다. 


'스위트 롤리타'의 대표적인 사례. 밝고, 귀엽고, 화사하고, 샤방샤방한게 특징이지요


그러다가 1970년대 말부터 소녀 만화 장르의 발전과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과 함께 맞물리면서 코스프레 문화가 시작되고, 의상을 직접 만들어 입는 DIY 성향이 유행으로 함께 묶이면서 귀여움과 소녀스러움을 강조하던 일반 기성품보다 레이스나 프릴 등을 더 추가하여 오롯이 '귀여움' 만을 극대화시킨 '카와이케이(可愛い系)'라는 장르로 발전하다가..'서양의 귀여운 소녀 이미지(앨리스) + 서양의 패션 리더(마리 앙투와네트: 이건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작품인 베르사유의 장미가 한몫 했습니다)'를 더 극대화 시킨게 바로 '롤리타 패션'입니다. 물론, 여기서 언급한  '카와이케이(可愛い系)' 또한 현재 일본의 패션계에서 통용되는 의미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컨츄리 롤리타'는 이런 컨셉. 어디가 시골 소녀 컨셉이라는 건지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쁘네요 ㅎㅎ


어쨌든, 이후에 롤리타 패션은 8-90년대를 거치면서 세분화가 이루어집니다. 가령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의 옷감에 귀여운 동물이나 사탕 등의 이미지를 프린트하여 소녀스러움을 강조한 건 '스위트 롤리타', 빨간 머리 앤이나 폭풍의 언덕 같은 소설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아 '시골 소녀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컨츄리 롤리타'도 있습니다.  


샤방함의 극치를 달리는 이른바 공주님 옷, '히메 롤리타' 너무 과도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것을 즐기는 것도 롤리타 패션이 가진 매력이겠지요


흰색의 옷감만을 사용하여 순백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화이트(혹은 일본어로 시로) 롤리타', 이에 반대되는 개념의 '블랙(혹은 쿠로) 롤리타'로 발전했지요. 공주님 이미지를 더한 '히메(姫) 롤리타'도 있군요. 


'클래식 롤리타'는 대략 이런 겁니다.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가 타카라즈카 가극단에 의해 뮤지컬로 상연되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로코코 시대의 복식을 재해석한 '클래식 롤리타'가 등장합니다. '클래식 롤리타’는 또 빅토리아 시대의 드레스를 모티브로 한 것과 로코코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세분화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혹은 이런 것. 이 복장 역시 '클래식 롤리타'의 한 범주에 속합니다.


클래식 롤리타 또한 평상복으로 입어도 큰 문제가 없는 것부터 상당히 Formal한 드레스라는 느낌의 컨셉 등 다양한 의상이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을 했고 나중에도 후술하겠지만, ‘롤리타 패션’은 특정 취향-특히 어떤 일그러진 성적 취향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패션’의 한 장르입니다. 


펑크 롤리타는 이른바 비쥬얼계 락 밴드들이나 아이돌 그룹들의 의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또 펑크 밴드나 락 밴드들의 의상이 반대로 펑크 패션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80년대에 일본을 강타한 펑크 패션이 롤리타 장르에 합쳐지면서 '펑크 롤리타'가 탄생하고, 일본의 전통 복식에 롤리타 패션을 가미한 '와(和) 롤리타'도 등장하지요. ‘펑크 롤리타’의 경우 일본의 락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한때는 락 밴드들의 의상 = 펑크와 롤리타를 가미한 형태로 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또한 오늘날의 아이돌 그룹들의 의상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지요.’


'와(和)' 롤리타 패션. 서양적이지만, 동시에 상당히 동양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게 특징입니다.


단, '와(和) 롤리타'의 경우 다른 롤리타 패션의 분야와 달리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고 실제로도 패션의 한 분야라기보다는 코스프레의 영역에 가까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롤리타 패션 장르의 복장들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기도 하구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점퍼 스커트에 일본식 문양을 가미한 '와(和)'롤리타. 타이즈에도 일본식 매듭 문양을 넣어 일본풍의 느낌을 잘 가미했지요. 머리 장식들도 일본 전통 문양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와(和) 롤리타'의 경우도 상당히 복잡한데, 일본의 전통 복식인 기모노, 유카타, 혹은 하카마를 모티브로 삼은 것들이 있기도 하고, 일본 특유의 문양이나 장식을 서양적인 느낌으로 재해석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 모델로서, 코스플레이로서,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신 '유리사'님의 롤리타 풍 한복입니다.



그래서 '와(和) 롤리타'는 어떤 의미에서는 ‘한복에 모던한 이미지를 더하거나 서양식 복식의 특징을 가미한 ‘개량한복’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국내에서도 한복을 바탕으로 롤리타 패션을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국뽕을 빨자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한복에 롤리타 패션을 접목시킨 의상들, 상당히 예쁩니다. 게임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 중이신 '꾸엠'님이나 '흑요석' 님의 작품들 중에도 한복에 롤리타 패션을 접목한 의상들이 많이 있지요.


'Lolita Wardrobe'라고 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고딕 롤리타' 의상입니다. 아아아 예뻐요. ㅎㅎ


그리고 많은 분들이 질문을 주셨던 '고딕 롤리타(Gothic Lolita) ' 혹은 '고스로리'라는 건 '클래식 롤리타’나 '시로/쿠로 롤리타' 패션에 고딕 형태의 양식이나 액세서리 등을 가미한 패션입니다. 다만 건축물이나 미술품에서 표현되는 고딕 양식보다는 문학 영역이나 혹은 영상물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음산한 분위기', 혹은 마치 구체관절 인형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접목시킨 거라고 설명하는게 더 나을 듯 합니다. '고스로리'의 경우 단순히 복장이나 액세서리 뿐만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기법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른바 '왕자님' 스타일의 롤리타 패션.


아 그리고 여성복이지만 다소 남성적인 이미지가 가미된, 음 그러니까 약간 중성적이거나, 혹은 여성을 위한 남성복.. 혹은 젠더리스나 남장을 선호하는 여성들을 위한.. 아니면 순정 만화에 등장할 것 같은 곱고 아리따운 왕자님 느낌이 나는 롤리타 복장도 있습니다. 


이런 건 사실 코디만 잘 하면 충분히 소화를 잘 해내실 남성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왕자(王子)의 일본식 발음인  ‘오우지’를 그대로 차용해서 ‘Ouji Lolita’라고 합니다.  ‘Kodona’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Boy Style’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여성들을 위한 디자인도 있지만, 반대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분들을 위한 디자인도 있고, 의외로 연미복으로도, 정장으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시로(白)롤리타'와 '오우지(王子) 롤리타'로 코디하신 모델님들. 눈이 즐겁지 않습니까? 전 마냥 좋습니다만 ㅎㅎ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롤리타 패션’이라는 건 서양의 화려한 복식에 매력을 느끼던 사람들이 원래의 이미지보다 좀 더 과장된 형태의 해석을 가미한 패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패션으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롤리타 혹은 롤리타 컴플렉스가 지닌 의미와 ‘롤리타 패션’과는 사실 큰 연결점은 없습니다.

‘소녀와도 같은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물론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롤리타 패션’ 자체는 성적 유희를 위한 도구로 시작하지도 않았고 서브컬쳐 계에서 흔히 소비되는 성적 지향을 나타내는 것도 아닙니다.

음흉하고 음란한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고, 또 실제로도 ‘롤리타 패션’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그런 식으로 세간에서 오해를 받거나 인식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나 불쾌함을 드러냅니다.  

특정한 성적 취향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코스튬이나 그러한 이미지를 수반하고 있는 코스플레이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패션’의 한 장르로 출발하여 소비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출발은 일본에서 시작된 ‘롤리타 패션’이 오늘날에는 비단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꾸준히 소비하고 추구하는 분들이 계신 것 아닐까요. 


뭐, 그렇다구요. 그렇다는 겁니다. 후후후후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우헤헤헤  새로운 장르의 하나로써.. 감히 선언하건데.. ‘안구 터미네이션롤리타’입니다(미침) 후후후후 



이러고 에버랜드 갔었습니다. 한 8년 전에 ㅋㅋㅋㅋ 조만간 민속촌도 함 가볼까...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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