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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May 30. 2019

크루아쌍의 유래와 잡설들

불란서에서 태어난 빵이 아니라고 하더라. 근데 뭐 맛만 좋으면 됬지 


Croissant. 


불어를 기초만 배우다 만 지 30년 가까이 되는지라 정확하게 어떻게 발음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마도 대략 '크루와쌍'에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뭐 일각에서는 크로아상 크라상 등등 버전이 많은데 일단 불어에서 OI는 우아로 발음이 되니 크루아쌍이 가장 가까울 거라고 생각해. 


여하튼 크루아쌍. 불란서를 대표하는 빵이고 말 그대로 '초승달' 모양의 빵이지만.. 

이거 원래 불란서에서 탄생한 빵은 아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빵이라는 설이 있고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주국(Österreichisch-Ungarische Monarchie, 외스터라이히 웅가리히 모나르히) 시절에 프랑스로 유입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그 이전 시대에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을 온 마리 앙트와네트에 의해 전래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여하튼 헝가리에 그 기원이 있고 오스트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전래된 것만은 사실이라고 한다.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가 불분명할 뿐. 


오스만 투르크를 거쳐 헝가리로 유입된 거라 '제국이자 왕국(Kaiserlich und Königlich; K.u.K. 카이저리히 운트 쾨니클리히,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주국의 별칭) 시대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여하튼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이 된 역사는 그리 길다고 보긴 힘들다는 건 확실하다. 뭐, 먹거리라는게 사실 대부분 다 그래 ㅋㅋ 


오스만 투르크, 혹은 중근동 지역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근거는 일단 첫번째로 크루아쌍은 수백겹의 반죽을 겹쳐 만들어내는 빵 중에 하나고 그 얇은 겹 하나에 엄청난 양의 버터가 들어가는 빵인데, 이런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내는 건 원래 중동지방에서 비롯된 방식이고 이게 유럽에서 보편화되기 시작한 건 18세기 중말엽부터라는 사실과, 이 빵이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의 두 가지에서 추론할 수 있다. 초승달은 이슬람 문화권의 상징이니까. 


10년도 더 전에 프랑스의 일간지, 르 몽드에서 '크루아쌍은 불란서 빵이 아니야!'라는 알쓸신잡 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그 기사에서는 '오스만 투르크와 전쟁을 벌여 승리를 거둔 오스트리아 제국이 전승을 기념하고자 전리품으로 얻은 커피를 빈까지 가져와 팔면서 초승달 모양의 빵을 구워 오스만 제국을 비웃으면서 먹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거 말고도 비스무리한 도시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꽤 전해져 내려오는데 대부분 내용은 비슷하더라. 


범 아랍권 국가들과 북아프리카 일대의 경우에도 엄청 많이 소비하는 빵 중에 하나인데, 북아프리카 일대야 뭐 불란서의 식민지배를 받아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 아랍권 국가들의 경우에도 나름 이해가 가는게 이런 식으로 수백겹의 반죽을 겹쳐서 구워내는 빵의 원류가 중동지역인데다가 초승달 모양으로 빵이나 과자, 케이크류를 구워내는 건 일상다반사라 그렇기도 하다. 


참고로 터키와 이란, 시리아, 레바논, 리비아 등의 국가들이 모두 지들이 원조라고 우겨대는 빵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가끔 그리스도 지들이 원조라고 할 때도 있더라. (그러고보니 얘네들 바클라바도 서로가 원조라며 티격태격하지? ㅋㅋ)


여하튼 크루와쌍.


초승달 모양이 기본형태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어떤 건 인기 AOS(Aeon of Strife) 장르 게임의 일종인 LOL(League of Legends, 혹은 그냥 전문용어로 '롤')에 등장하는 미니언이 양손 곱게 포개고 절하는 듯한 형상으로 생긴것도 있고 뭐 그런데 맛있는 빵임에는 틀림없다. 뭐 잼이 들어간 것도 있고 바클라바 마냥 견과류를 토핑해서 꿀을 쳐바른 것도 있고 하지만 불란서에서는 '커피에 찍어먹는' 빵이라카더라. 

아! 그리고 집 앞에는 '뚜레주르'와 '빠리바베큐'가 있는데 '빠리바베큐'의 크루아쌍이 훨씬 더 맛있다. 약간 멀리 나가면 '쉐종 어쩌고 저쩌고' 하는 빵집이 있는데 거기는 좀 더 맛있고.. 뭐 근데 불란서에서 오래 살다 온.. 그리고 지금도 업무로 불란서에 방문 중인 마이 시스터의 말에 의하면 이 빵집들의 크루아쌍은 불란서 아무데나 있는 동네 빵집들보다 그 맛이 형편 없다고 한다. 


뭐 불란서를 가본 적이 없으니(정말 유럽에 안 가본 나라가 거의 없는데 불란서는 정말 단 한번도 못가봤다. 심지어 경유조차 못 해봤다) 그 맛이 어쩔른지는 모르겠다만 마이 시스터가 허언을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니 무지 맛있겠지? 아아 갑자기 크루아쌍이 땡기네.. 


빠리 바베큐나 갔다와야겠다. 탄내 진동하는 아메리카노도 한 잔 사가지고 와야겠다. 정말 무슨 숯에서 우려낸 것 같은 맛이지만 가성비로 마시는 거니까. 가난한 백수작가는 큰 걸 바라지 않아. ㅎㅎ 

뭐, 그렇다구.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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