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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Sep 09. 2019

카스테라에 관한 잡상식

원래 그렇게 달달한 빵이 아니란다. 심지어 오리지널은 빵도 아니란다. 

요런 정국에 일본의 먹거리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다소 망설여지는 부분도 없진 않았다만 그냥 쓸련다. ㅎㅎ

카스테라. 혹은 카스텔라(국립국어원 표준 표기에 의하면 ㅋ).

계란과 밀가루, 그리고 설탕과 꿀을 섞어서 적당히 모양을 만들어 내는 오븐식 스폰지 케잌이다. 우유랑 먹어도 맛있고 홍차와 먹어도 맛있고 녹차랑 먹어도 맛있고 커피랑 먹어도 맛있고 심지어 헛개차나 보리차랑 먹어도 맛있는게 바로 카스테라. 달달하면서도 촉촉한게 아주 그냥 행복회로가 열리는 지름길이다. 남여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디저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에서 전래된 빵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이게 사실 확실치 않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양국에선 서로가 원조라며 맨날 싸운다. 여하튼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먹거리 중에 하나인 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해 조선 중후기에 전래되었지만 보편화가 된 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부터다. 일본에서는 한때 스페인 혹은 포르투갈에서 전래되었다 하여 난반카시(南蛮菓子, 남쪽 오랑캐들의 과자)라 부르기도 했단다. 

음 근데.. 카스테라에 정통한 일본인 요리인들이나 파티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맛이 아주 달달하면 그건 잘못 만든 카스테라라고 한다. 실제로 카스테라는 약간 "계란빵" 같은 맛이 나야 그게 제대로 된 "일본식 카스테라"라고. 


올해로 창업 395년을 맞는 일본 유수의 디저트가게인 "후쿠사야(福砂屋)"는 고미즈노오텐노(後水尾天皇, 진명은 政仁/코노히토)의 재위 말기에 해당하는 1624년에 창업한 가게이자, 일보에서는 최초로 카스테라를 만들기 시작한 가게이며, 오늘날 일본의 카스테라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만들어낸 가게이기도 한데, 이 집의 카스테라는 사실 그리 달달하지 않다.

카스테라는 그 원류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과자에서 비롯된 간식이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페인이 오리지널인지, 혹은 포르투갈이 오리지널인지에 대한 것은 확실하지 않은데, 어쨌든 간에 일본의 경우 전국시대가 한창이던 무로마치 막부 말기 시절에 유입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접할 수 있는 "카스테라"는 사실 빵이라기 보다는 "과자"에 가깝다. 과자이기 때문에 보존하기도 쉽고, 그래서 대항해시대에는 선원들이 즐겨먹는 간식으로 인기가 높았던 아이템이었다. 이것이 일본으로 전래되면서 조정대신들과 지위가 높은 무사들, 지방의 수호들과 대명들이 즐겨먹게 되었고, 특히 에도 시대에 이르러 평화가 지속되면서 "과자같은 식감보다 좀 더 부드러운"것을 선호하게 되고 그러면서 본래의 형태나 제조법이 변질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오리지널 카스테라"는 음.. 그 식감이 "스코티시 숏브레드"에 더 가깝다. 생긴 것만 따지고 보면 도너츠 같은 느낌도 든다. 


아주 달달하지 않고 약간 계란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한 맛은 후쿠사야와 마찬가지로 창업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나가사키의 쇼우오우켄(松翁軒)의 카스테라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는 116년으로 후쿠사야 및 쇼우오우켄에 비해 짧지만 그래도 3대 나가사키 카스테라의 하나로 손꼽히는 분메이도우(文明堂)의 카스테라 역시 사실 그리 달달하지는 않다.


반대로, 270년의 역사를 지닌 후우게츠도우(凮月堂)의 카스테라는 조금 달달한 편이다.후우게츠도우는 오오사카에서 창업한 가게지만 현재는 도쿄를 중심으로 삼고 있는 가게이다.


또, 1974년에 창업한 오오사카의 유명 디저트점인 긴소우(銀装)의 경우, 꽤 달달한 편이다. 뭐, 긴소우의 경우 원래 푸딩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으니, 이 집에서 카스테라를 찾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본에서 "카스테라" 하면 응당 나가사키의 명물이고, 나가사키에서도 카스테라라고 하면 "후쿠사야", "쇼우오우켄", 그리고 "분메이도우"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나가사키가 아닌 다른 지역들의 경우(특히 오오사카)에는, "달달한 맛"을 강조함으로써 차별성을 두려하고 있다는 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후우게츠도우의 경우, 카스테라가 메인도 아니고. 긴소우의 경우 카스테라가 메인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카스테라의 긴소우"라고 선전을 해대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5개 가게들 중에선 사실 가장 맛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뭐 그렇다.


에도시대의 경우, 五味(단맛, 쓴맛, 짠맛, 신맛, 그리고 매운 맛. 여기서 매운 맛은 우리가 아는 매운 맛이 아니라 강력한 맛이라는 뜻)를 두루 갖춘 음식이야말로 제대로 된 음식이라고 여겨졌으며(사실 이것은 당시 중국 및 조선도 마찬가지), 특히 "후쿠사야"와 "쇼우오우켄"의 카스테라는 五味를 갖춘 카스테라라 하여 평판이 자자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달달한 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건 제대로 된 "카스테라"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카스테라가 달달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굉장히 달달한 빵이다. 다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카스테라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보다 원래 조금 덜 달다는 이야기. 


메이지 시대 이후부터는 카스테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의 비율을 각각 5:3의 비율로 하여 절묘한 색을 이루어내는 기술을 五三焼(고산야키)라 하였고, 이것은 현재도 그 절묘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인은 그리 많지 않다 하여 일반 상품에 비해 가격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쇼우오우켄의 경우, 정월 초하루에 사전예약을 통해 판매하는 특제 고산야키 카스테라가 따로 존재할 정도.


요즘에는 이 가게들 모두 복숭아 과육이 들어간 것, 버찌가 들어간 것, 녹차(말차)맛, 초코맛, 가운데 크림이 들어간 것, 치즈가 들어간 것, 버터크림과 럼에 절인 건포도가 들어간 것, 샌드위치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것 등등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한다. 세상은 변하는 법이니까. 결국 달달해진 셈. ㅎㅎ 

그레도 혹 기회가 되신다면, "후쿠사야", "분메이도우", 그리고 "쇼우오우켄"의 카스테라는 가급적 "오리지널 레시피"의 가장 전통적인 것을 드셔보는 것을 추천해드린다. 지금 가긴 좀 그렇고. 아베 정권 무너지면 가자. ㅎㅎ 

아! 쇼도지마(小豆島)라는 지방에 가면 카스테라를 무슨 초밥 먹듯이 간장에 찍어먹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그 동네에도 나름 역사가 깊은 카스테라 집이 있다.  헤이와도우(平和堂)라는 가게인데 여긴 아예 간장맛 카스테라...를 출시했다. 그냥저냥 먹을만 하다. 먹을만 하다는 이야기지 맛이 출중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필자의 입맛은 지극히 초딩입맛에 가까운 지라 파리 바게트 카스테라만으로도 충분하고 편의점에서 파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카스테라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뭐, 그렇다구.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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