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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an 16. 2020

일본 만화 길라잡이를 시작하며...

원래는 책으로 출간할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던 겁니다만.... 

대한민국에 최초로 정식 발매가 이루어진 일본 만화 작품은 1989년 12월에 ‘아이큐 점프’의 별책 부록으로 소개된 ‘드래곤볼’이 최초이고, 이후 대한민국에 수입된 일본 만화 작품들의 수는 수천 편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일본 만화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되었습니다. 만화에 가까운 형태의 예술 작품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저 멀리 헤이안 시대(平安時代)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사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에도 시대(江戸時代)부터 수필에 그림을 추가한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하여 근현대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화(漫画)’라는 단어는 본디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그린다’는 뜻을 지닌 일본어로, 에도 시대 중기의 화가이자 극작가인 ‘산토우 교우덴(山東京伝, 1761년 9월 13일 ~ 1816년 10월 27일)’이 1798년에 편찬한 ‘시시노유키카이(四時交加)’에 처음 등장합니다. ‘시시노유키카이’는 에도 시대의 생활상을 담은 책으로, 간단한 서술과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오늘날의 일본 만화의 원형이 되는 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또 일설에 의하면, 중국과 한반도를 거쳐 일본의 중세시기에 유입된 문학 장르 중에 하나인 ‘만필(漫筆)’이 일본 내에서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해 나가면서 그림과 수필이 결합된 형태인 ‘만필화(漫筆画)’를 거쳐 ‘만화(漫画)’로 발전했다는 설도 존재합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아무거나 다 잡아먹는 펠리칸의 일종인 만카쿠(漫画)’라는 새를 빗대어 탄생한 단어라는 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의미로서 ‘만화(漫画)’라는 단어가 널리 보급이 되기 시작한 것은 ‘우키요에(浮世絵)’의 작가로 유명한 ‘카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년 10월 31일 ~ 1849년 5월 10일)’가 1812년에 발표한 스케치집, ‘호쿠사이 망가(北斎漫画)’가 발표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정의 화풍이나 기품 어린 스타일이 아닌, 작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그리는 그림들을 일본에서는 ‘희화(戯画)’라고 합니다만, 만화(漫画)는 이 중에서도 일상생활이나 세간의 풍경에 풍자와 해학을 담아 그려낸 작품들을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만화(漫画)가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만화’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메이지 시대(明治時代)와 타이쇼(大正時代)를 거쳐 쇼와시대 전반기(昭和時代)에 접어들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구한말 갑신정변에 몸을 담기도 했던 ‘이마이즈미 잇표(今泉一瓢, 1865년 ~ 1904년 9월)’가 1895년에 발표한 ‘잇표만화집(一瓢漫画集初編)’에서 ‘만화(漫画)라는 것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서양의 ‘Comic’이나 ‘캐리커처(Caricature)’와 같은 것’이라고 서술하였고, 그를 이어 당시 일본의 신문 중 하나였던 ‘지지신보우(時事新報, 1882 ~ 1955)’에 시사 만화를 연재했던 ‘키타자와 라쿠텐(北澤楽天, 1876년 7월 20일~1955년 8월 25일)’이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Comic Book이나 Cartoon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화(漫画)’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던 것에서 유래하기도 합니다. 


현대 일본 만화의 태동기에는 주로 일상의 생활상을 소개하거나 혹은 세간의 행태를 비판하는 풍자적인 요소들이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서양 문물의 보급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소년만화 장르를 비롯, 순정만화, 추리극, 군상극, 역사물, SF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만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하며 하나의 예술형태에서 대중적인 장르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태평양 전쟁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을 이룩하게 되고, 특히 1950년대 후기부터 만화 잡지들이 발간되기 시작하고, 1960년대에는 성인들을 타겟으로 한 청년만화잡지들이 연이어 출간되면서 당초의 ‘애들이나 혹은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나 읽는, 수준 낮은 문학 장르의 하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서점이나 전자책, 웹 서비스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일본 만화입니다만, 일본의 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문화나 그 역사적 배경을 약간이나마 머리 속에 넣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지만, 일본의 만화 작품에는 일본 특유의 정서나 역사적 배경, 혹은 작품이 연재된 시기의 사회상 등을 담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배경들을 숙지하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매거진에서는 수 많은 일본 만화 작품들 중, 어렵게 고민할 필요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부터, 사전 지식이나 시대 배경, 사회적 상황 등을 미리 숙지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 그리고 모든 것을 섭렵한 ‘오덕후’의 경지에 오른 분들을 위한 작품들을 각각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 넘사벽급으로 나누어,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국내에 소개가 되었지만 접하기 힘들거나, 아니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은 번외편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작품들은 오덕후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작품들 위주가 아닌, 현재 국내에서 접하기 쉬운 작품들로 선정하였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수천편의 작품들 중 고작 100편의 만화를 소개하는 매거진에 과연 ‘길라잡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으며, 또한 집필하는 과정에서 ‘아 이걸 내가 왜 빼먹었을까?’ ‘이 작품도 소개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었던 작품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만, 제 첫번째 매거진이 여러분들께 다양한 장르의 일본 만화 작품들을 이해하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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