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나'일 수 있게 지탱하는 것

혼란한 직장생활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by 소심쟁오리

직장생활이라 일컫는 신세계에 입문한 지 6년 차.

업계 특성상 직급을 부르는 문화가 아니지만, 일반 회사로 치면 '대리급'정도 이려나

이제 마냥 '사원'이라며 떼를 쓰고 알고도 모른 척할 수 있는 연차가 아니게 되었다.


사원 시절보다는 약간의 여유와 '제가 해요?' '내가 왜?'라며 웬만한 어려움은 튕겨내는 마인드를 장착하게 되었지만,'참 직장생활 별 거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별 거 없다 정도가 아니라 재미없구나 사는 게.

주말 빼고 일주일의 대다수의 날을, 자는 시간만 빼고 회사에 왔다 갔다 하며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면 어느새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찾아왔다 인생 권태기.


퍽퍽한 일상으로 인해 삶의 생기가 메말라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

이전의 반짝이던 내가 무채색이 되어가는 것만 같을 때마다

도무지 무기력해지지 않는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싶었다.




찾은 나름의 돌파구는 첫째 독서.

퇴근하고 지쳐버린 심신이 편안한 곳만 찾아 기대기 전에

책상에 앉아서 10분이 채 안 되더라도 한 문장이라도 읽는 것.

매일의 의식처럼 한 페이지라도 내 의지로 내가 선택한 책을 읽다 보면 권태에 굴하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둘째는 글쓰기.

그래 결국은 이것이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

직장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시간 날 때 짤막한 글이나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원하는 분량만큼 속도도 안 나고 이도 저도 아닌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애매하게 직장생활과 작가 지망생을 병행하고 있다 여겼는데.. 이 이중생활이 '나다움'을 유지시켜 준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권태 속에서 삶의 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크던 작던 나만의 목표, 꾸준히 하고 싶은 것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게

거치적 거리는 방지턱이 아니라, 나를 나로 설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나에겐 '이 행위'가 있기에 NO JAM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내가 나로서 지탱되는 기분이다.


에리히 프롬이 <우리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 란 책에서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일하는 삶도 비자발적인 삶이다. 자발적인 삶은 자연에 대해 인간이 실제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진정으로 사는 것이다.


라고 말했던가.


무엇이 되었든 '창조' 만이

나를 나로서 지켜줄 것이다.

살게 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