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면 무써운 그의 이야기
[비상식적인 동유럽 버스킹 여행]
민디아는 이후로도 카즈베기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몇 명 소개해줬다. 그중에는 한국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 유럽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 지역에서 관광업을 하는 사람, 대학생 등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그들이 ‘챔피언’으로 부르는 남자였다. 그는 카프카즈 지역 킥복싱 대회에 최근 출전해 1위를 차지한 남자로, 이 지역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그의 이름은 오마리. 그는 전형적인 조지안 마초(?)남자였다.
나는 예전에 태권도를 했던 가락으로(많이는 못 배웠지만 그래도 발차기는 할 줄 암) 그에게 앞차기를 선보였는데, 역시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기. 그는 내 발차기를 보더니 자세가 좀 잘못되었다면서 제대로 된 발차기를 선보였다. 척추를 기준으로 발끝까지 힘을 모아서 한 그의 제대로 된 발차기는 나와는 여러모로 달랐고, ‘쉭’하고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곁들여져 살기마저 느껴졌다. 자신의 척추가 어디에 있고 발을 위로 올릴 때 회전축이 어딘지를 ‘느껴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었다. 더불어 속도에만 신경 쓰지 말고 전체적으로 발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며, 특히 허리를 적절하게 올려붙여 발차기에 파괴력을 심어야 한다는 팁을 줬다.
오마리, 넌 5분에 한 번씩 담배를 피우는 데 힘들지 않아?
난 고작 스물한 살이야. 이 정도 담배를 피운다고 죽진 않지. 16살 때부터 담배를 피워서 몸에 인이 박혀 있어서, 담배 끊기가 쉽지 않아. 한 예로 얼마 전에 패싸움을 벌이고 폐에 부상을 입어서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거든. 사실 폐에 부상을 입고 담배를 피운다는 게 쉽지도 않고 굉장히 위험한데 끊을 수가 없더라고.
패싸움이라니? 어떤 거였어?
바투미에서 시비가 걸려서, 나 혼자 8명을 때려눕혔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상을 입었어.
(그는 셔츠를 벗고 상처를 보여줬다. 오른쪽 갈비뼈 위에 10cm짜리 수술 자국, 배 쪽에 역시 10cm 남짓한 자국이 보였다. 이외에도 2,3cm짜리 자잘한 자국은 역시 칼자국이라고.)
혹시 조지아에는 미스터리 한 장소 같은 게 있어? 우리나라는 곤지암 정신병원 같은 데가 유명해.
이곳 카즈베기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하나 있는데, 그 호수 근처에는 생명체를 전혀 볼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조지아는 스파클링 워터(탄산수)가 일반적이지? 마을이나 도시에서 살 수 있는 탄산수는 적절한 함량의 가스를 함유하고 있어. 그런데 이 호수의 물은 지나치게 많은 가스를 함유하고 있는 데다가, 가스가 끊임없이 상공으로 올라가지. 그래서 심지어 새들마저도 날던 도중 그 가스 때문에 떨어져 죽기도 해. 이 호수의 일부는 정부차원에서 접근금지 상태야.
카즈베기 근방에 있는 다리에도 여러 가지 소문이 있어. 15년 전에 다리 아래쪽 강에서 카누 타가 죽은 유명한 운동선수가 있었거든. 이후 정부에서는 해당 강에서 카누 타는 걸 금지했어. 그래도 가끔 타는 사람이 있긴 해.
하지만 근처에서 유령을 봤다는 사람이 있어.
앞으로 인생 계획이 있어?
너도 알다시피 민디아는 마리랑 깊은 관계지. 그런데 2년 동안 그들이 싸우는 걸 보면 참 힘들어 보여.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너도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굉장히 확실해 보이지만, 그들이 자기들 싸움에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걸 보면 좀 답답해져. 한두 번이어야지!
(그는 오늘도 민디아가 자기 앞에서 울었다고 했다;;;180센티미터는 훌쩍 넘는 키에 상당한 근육질로 보이며, 맨 손으로 나무를 두 동강 내는 민디아가;;;;상상이 안 갔다.)
그 두 사람을 서로 이해시키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힘을 쏟아야 한다니까. 나랑 또 다른 친구는 민디아를, 마리의 두 친구는 둘이 싸웠을 때마다 어떤 상황인지 듣고 누가 잘못했으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머리를 쥐어짜야 해. 소중한 친구들이니까 열심히 도와주고는 있긴 한데, 몇 번 반복되는 상황을 겪다 보니까 연애에 대한 회의감만 늘었어. 그래서 경험도 하기 전에 연애에 질려버렸어! 난 여자는 안 사귀고 20명 정도 가벼운 관계로 겪어볼 계획이야. 난 아직 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