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이란 출신의 프리랜서 작가 그녀

친해지고 싶었지만 끝내 그녀와는 친해질 수 없었다.

by 위키별출신

[비상식적인 동유럽 버스킹 여행]



이런 저런 명분 없는 우정을 쌓고 놀다가 트빌리시에 돌아왔을 때, 암만 봐도 글쓰는게 직업으로 보이는 여성을 만났다. 같은 일을 했었기에 강한 친근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친해지기 좋은 성격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독실한 이슬람교도인데다, 무엇때문인지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많았다. 나중에는 나를 위해 정갈한 음식을 차려주기도 했지만, 버스킹업에 바쁜 나는 그녀와 이후 연락을 지속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란 출신으로, 프리랜서 테크니컬 라이터였다. 그녀와 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우리나라에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게 유행(?)인데, 너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아.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것은 아니지만, 네 설명을 들어보니 나를 디지털 노마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가네. 난 무슬림국가 출신이야. 너도 알다시피 무슬림의 여성에 대한 대우는 무척 좋지 않아. 사회적인 대우도 살벌한 편이고. 그래서 국내에 있을 때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어. 그래서 조지아로 왔지. 조지아는 물가레벨도 아주 높지만은 않고 사람들이 나를 이렇다 저렇다 비난하거나 재단하려는 경향이 없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외국인이라 얻을 수 있는 잇점일 수도 있지만. 조지아에 온 지는 벌써 6개 월 째야. 내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1도 안 들어.

너는 주로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지아 여행을 하긴 했어?
사실 조지아 여행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 트빌리시가 마음에 들어서 굳이 이곳저곳 여행할 기분은 들지 않아.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무척 즐겁고 보람찬 일이기는 하지만 급여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서, 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꽤나 열심히 일해야 해. 특히 나는 호스텔에 머무르고 있잖아? 호스텔에 매일 14라리(우리 돈 6~7천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한 달이면 420라리(우리 돈 18만 원 정도)야. 때문에 일감을 여럿 잡아서 해야 해서 아직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롭지가 않네. 거의 매일 일을 하고,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쉬니까 일반 직장인과 루틴이 다를 바 없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 거야?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야. 시설이나 장비, 혹은 과학적 사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알기 쉽게 회사나 매체에 전달하는 역할이지. 콘텐츠 개발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단순히 전문적인 정보를 적는 게 아니라 번역을 해야 할 때도 많아. 기계 매뉴얼을 개발하고 검수를 하는 일도 내 몫이지.
나는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어. 그리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전공과 연관된 일감을 주로 받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일도 많이 받고 있어. 때문에 매일 매일 공부를 해야 해. 피곤하기도 하지만 배우는 걸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즐거울 때가 더 많아.

너 정말 무척 집중해서 일하던데? 저녁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꿈쩍도 않고 일하는 걸 보고 놀랐어.
마감이 있는 날에는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서 잠을 줄여가며 일할 때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생활패턴이 이상하게 바뀌어버렸어. 오후 3시까지는 자고, 낮에 밥을 먹고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가 저녁 9시쯤 돼서 자리에 앉는 편이지. 그러다보니 새벽 5시까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아니고, 야근(?)을 할 수 없다보니까 생활 패턴에서 좀 잃는 게 많은 것 같아. 새벽 5~6시까지 작업을 하고 나면 그 이상 작업을 하면 다음날 패턴이 망가질 것을 아니까 더이상은 못하고.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여성인권이 높은 나라가 아니야. 그래서 여성이 일할 때 요구되는 수준이 남성의 두 배 정도라고 보면 될 듯해. 실수를 하면 더 크게 비난 받고 직업을 잃을 수도 있어. 때문에 오탈자가 나거나 잘못된 정보가 없도록 검증을 철저히 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쓰고, 그것 때문에 내 개인 생활이 없다시피 한 것은 조금 불만이야.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정을 갖고 있지만, 이런 불평등한 부분은 마음에 안 들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왜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거야?

우리나라 정부가 나에 대해 불공정한 처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 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추적해서 과한 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너도 알겠지만, 2017년에 이란에서 일어난 사건 있지? 이란 여성인권운동가 골로크 이브라히미 이라이(35)가 꾸란을 불태우는 내용의 소설을 자기 개인 일기장에 썼는데, 이슬람 가치를 모독한다는 이유로 체포됐어. 공식적으로는 자택을 급습해서 알아냈다 라고는 하지만, 평소에 감시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무슬림 국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어. 북한처럼 자진해서 서로 감시하는 것은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수많은 감시가 자행되고 있어. 내 이름을 알리고 다녔다가는 나또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알 수 없어. 네가 싫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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