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는 인사가 아니라 모독같이 들리오
여기에 니하오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한 기사가 있다.
네, 전 동양인이에요. 이제 ‘니하오’ 좀 그만하시죠. (Yes, I’m Asian, Now Please Stop Saying ‘ ’ to Me) https://www.vice.com/en_ca/article/vdx74x/yes-im-asian-please-stop-saying-ni-hao-to-me
니하오는 불쾌하다.
미국, 유럽, 중동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친해지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고. 하지만 난 그들의 말이 변명처럼 들린다. 물론 한중일인은 뭉뚱그려 다 중국인처럼 보인다. 나는 한국인이고 중국인과 생김새에서 별 차이점이 없다. 친해지기 위해서 니하오를 던지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은 니하오를 캣콜링 용도로 사용한다. 혹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모욕하기 위한 의도로. 그리고 그들의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다. 내가 만난 ‘니하오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자이파쏨(jaipathum), 싱가포르 출신, 조지아 대학 재학 중
니하오는 나에게 노이로제에 걸리게 했어. 난 조지아 이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는데, 니하오는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문화에 무지한지를 재는 척도로 사용할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은 나라의 경우 ‘니하오’라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니하오’를 이야기하는 상황은 참 엿 같아. 나는 저 사람을 모르며 길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고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어. 그런데 나를 향해서 마치 소리라도 지르는 것처럼 ‘니하오’를 외치지. 일단 인사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게, 눈도 안 마주친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자체가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소리의 크기를 봐. 이건 인사가 아니라 거의 위협 수준이야.
그리고 어떤 고약한 사람들의 경우, 거의 쫓아오면서 대답을 듣겠다는 듯이 니하오를 외치지.
그뿐인가? 내가 거리를 지나다닐 때 하루 몇 번이나 니하오를 듣는지 안다면 노이로제에 걸릴 만도 하지, 고개를 끄덕일 거야. 10번, 20번, 50번!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니하오를 듣다 보면 중국어를 공부해야 하나 고민하기까지 한다니까. “난 싱가포르에서 왔고 중국어는 할 줄 몰라요.”라고 머리에 써 붙이고 싶기도 할 정도야!
민희(가명), 한국인
이곳에 오기 전, 러시아를 여행했는데 니하오를 듣지는 않았고 성추행 비슷한 걸 당해서 기분이 좀 안 좋은 상태로 왔어. 그래서 이곳에서는 좋은 기억을 쌓고 싶었지. 그런데 공항에서 리버티 스퀘어를 오자마자 쏟아지는 ‘니하오’에 학을 떼 버렸어. 한두 번이 아니고 100m 정도 걸어가는데 니하오를 스무 번은 들었어. 혼자 다니니까 더 니하오를 외치는 것 같아. 인종차별 아니야? 난 중국인처럼은 보이지만 중국인이 아니라고. 결국 니하오를 여러 번 들은 끝에 호스텔에 돌아오니까 눈물이 쏟아졌어. 그리고 별로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서 3일 간 호스텔 근처만 돌아다녔어. 다른 도시는 더 심할 거라 생각하니 여행이고 뭐고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야. 그래서 원래는 더 길었던 일정을 대폭 줄여서, 3일 뒤에 한국으로 바로 돌아갈 거야.
스노우, 중국인, 조지아 15일 간 방문
나에게는 니하오가 익숙해.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거리에서 쏟아지는 니하오를 듣다 보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는 벌써 150개국을 여행했고 그래서 이미 익숙해져 있어. 아프리카보다는 조지아 상황이 낫기도 하거든. 아프리카는 그야말로 길 다니면 끊임없는 니하오의 향연이야. 중동은 또 어떻고. 그곳은 니하오보다도 더 심한 ‘칭챙총’이 난무하는 걸. 부정적인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면 여행이 지옥이겠지. 그래서 난 니하오를 들어도 별로 신경 안 써. 어차피 지나치면 다시 안 볼 사람들이니까.
타카유키, 일본인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니하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물론 몸이 굳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중국어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긴 해. 내 얼굴이 중국인이랑 구별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고, 여행 다니면서 아름다운 건물에 더 관심이 가는 편이라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야.
나미, 일본인
니하오라는 말을 던지는 사람은 솔직히 곱게 보이지 않아.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고 내셔널리즘을 지지하는 사람이요”라고 정치적 배경을 밝히는 것 같아. 나는 학부 때 언론을 전공했는데, 학교에서 스터디 그룹을 하던 와중에 니하오 등을 외치는 사람들의 정치적 배경이 군국주의적이거나 보수적인 확률이 높다는 것을 공부했거든. 사실 그렇잖아? 개방성이 높고 외국인에 대해 존중을 하는 사람들이 니하오를 외치는 것은 아니야. ‘너는 외국인일 뿐이고 이 나라에 구경 왔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콕 박힌 사람들, 이 동네의 터줏대감은 나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시아인처럼 보이지만 이 나라에서 공부를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을 만큼 머리가 굳은 사람들이 니하오를 하지. 그리고 때때로 니하오를 매우 위협적으로 외치는 사람들이 있어. 마치 이 나라에서 나가라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지.
루, 대만인
니하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 니하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느낄 수 있잖아. 반가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조롱하고 모욕하기 위해서 니하오를 외치는 사람이 훨씬, 훨씬 많다고 봐. 정말 반가워서 니하오를 한다면 나랑 안면을 튼 다음에 그 말을 인사 삼아 하겠지. 그리고 니하오라고 외친 다음에 내가 진짜로 중국어를 했을 때는 못 알아듣는단 말이지. 그래서 욕을 해 준 적도 많아. 웃기게도 내가 엄청나게 나쁜 욕을 해도 하나도 못 알아듣고 반응해준 것만으로 좋아서 그다음에는 자기네 나라 말로 뭔가 이야기하려고 든다니까?
율리아나, 일본인이자 불가리아인
나는 아버지가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불가리아인이야. 그래서 일반적인 일본인처럼은 생기지 않았지. 그런데도 나에게 니하오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 정말 이해가 안 되더라고. 그런데 다행히도 나는 러시아어를 하거든. 그래서 나에게 니하오를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러시아어로 말을 붙이곤 해. 조지아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 내가 깨끗한 러시아 발음으로 응대를 하면 움츠러들거나 미안하다는 식으로 반응하더라고. 그걸 보면 알 수 있지. 니하오를 그리 좋은 뜻으로 사용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엘레나, 카자흐스탄인
나는 러시아어를 잘해. 그래서 나에게 니하오라고 이야기하면 좋게 끝나지 않아. 하하하. 러시아어로 해 줄 수 있는 말은 다 해주지. 기분 따라서 ‘나는 카자흐스탄에서 왔는데 왜 중국어를 하니? 그리고 너 중국어 발음도 형편없는데. 니하오 말고 다른 말을 알기는 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눈물 쏙 빠지게 혼내준 적도 있어.
그래도 나는 카자흐스탄 출신이라 니하오를 아주 많이 당하는 편은 아니야. 카자흐스탄인은 좀 티가 나고, 조지아 및 한 때 러시아 치하 아래 있었던 나라 사람들은 누가 카자흐스탄에서 왔는지 금방 눈치를 채는 편이야.
뭐가 다른 거야? 생김새가 미묘하게 달라. 너도 약간 카자흐스탄인처럼 생겼어. 니하오 많이 들어봤어? 중심 번화가 아니면 거의 안 들어봤고, 곤니치와를 더 들어보거나 말을 안 붙이는 것 같아. 그럴 거야. 넌 어쩐지 조상 중에 카자흐스탄인이 있을 것 같아.
이렇듯 많은 아시아인들이 니하오에 대해서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니하오 대응법
내가 해 본 니하오 대응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니하오를 들었을 때 화내기
어느 날은 좀 기분 나쁜 일로 호스텔 앞에 나와 멍을 때리고 있는데 매우 잘 생긴(!!) 조지아 청년 두 명이 지나가면서 ‘니하오!’하는 게 아닌가. 나는 화르륵 불타올라 영어로도 화내고 러시아어로도 화냈다. 조지아 청년 성정이 그렇듯 같이 화내진 않았고, “왜 화가 났느냐,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고 되묻기에, (이 점은 참 감사하다)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 중국인처럼 생겼지만 중국 인사를 들으면 화가 난다.”라고 알려줬고, 그는 “그러면 가마르조바(조지아 인사)는 괜찮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가마르조바나 영어 인사 hi는 괜찮다”라고 알려줬다.
대낮의 대로변은 비교적 안전하다. 성질 한껏 부려도 당신이 위험할 일은 별로 없으니 화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이 화낼 것이라 예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라 ‘깨갱’하고 도망칠 것이다.
‘중국인 아니야!!!’라고 이야기해 주자. 러시아어로 ‘니옛 키타이스키’정도로 말해주면 알아듣는다. ‘노 치나’, ‘노 니하오’도 좋다. 그냥 무시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러 번 들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당하기만 하면서 꾹 눌러 참으면 쌓인다. 그리고 당신의 바로잡기로 다른 사람이 니하오를 당할 확률도 줄어든다.
2) 무시 및 파워워킹
물론 아닐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니하오’를 외치는 사람들은 비교적 사회에서 낮은 계급이다. 건설노동자, 직업 없는 백수, 나이가 많이 들어 할 일이 없어 대로변에 앉아 사람 구경하는 어르신, 한눈에 봐도 돈이 없어 보이는 낡은 코트를 걸친 어르신, 그리고 대부분이 남자다(......). 여자로부터 니하오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참하고 얌전해 보이는 아시아 여성 혹은 작고 힘없어 보이는 아시아 남성이 자신에게 반항하거나 나쁜 말을 던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니하오를 외친다.
파워워킹을 하면 니하오가 좀 줄어든다. 빠르게 걷고, 앞을 노려보면서 미소 없이 걸으면 혹시나 당신에게서 기분 나쁜 대답이 돌아올 까 봐 니하오를 외치지 못한다. 참 이상도 하지. 강해 보이면 니하오를 못 외친다니.
파워워킹 후에 니하오를 듣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니하오가 강자의 약자에 대한 심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의 낮은 계층에 속한 인간일수록 자신의 열등감을 “나보다 낮은 자가 있다”를 확인시켜주는, 약자를 향한 괴롭힘으로 완화하려 드니까.
3) 현지인이랑 함께 걸으면
아주 단순한 해결책(???)인데, 현지인이랑 친해져서 함께 다니면 신기할 정도로 니하오가 깨.끗.이. 사라진다. 현지인이 아니더라도 모양새가 서양인이기만 하면 된다.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다.
좀 억울한 감이 있는 것은, 니하오에 대해서 설명했을 때 서양인들은 전혀 이해를 못한다는 점이다. “친해지고 싶어서 얘기했겠지” 등, 공감능력 제로의 태도를 보인다. 고로 우리나라 및 동양에서도 서양인이 나타나면 열심히 인사를 빙자한 멸시 공격(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니하오다)을 해야 되지 않나 싶다(?) 하하, 이건 너무 갔나? 과연 그들도 길에서 'hello'를 하루에 몇십 번 듣고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1도 공감을 못하나 확인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