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웨딩업계는 한국과 다르다
그의 이름은 마뉴엘. 독일 출신이다. 키가 크다. 잘생겼다. 금발에 파란 눈이다. 사진작가를 한다. 본인 사진 사이트 알려줬는데 까먹었다. 주로 웨딩사진을 찍었던 게 경력이다. 현재는 여기저기 풍경 사진 찍으면서 세계를 방랑하는 중. 그전에 일해둔 게 있어서 수입은 괜찮은 편.
마뉴엘, 너는 왜 조지아에 왔어?
나는 독일에서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어. 대부분의 예술 계통이 그렇듯 벌이가 그리 넉넉하지는 않아. 그래서 집을 셰어 해서 살고 있지. 그러다가 여름이기도 하고 조지아에 흥미가 돋아서 방문했어.
그는 평소에는 웨딩사진을 주로 찍으면서 살고 있다. 졸지에(?) 남의 웨딩 사진을 잔뜩 구경하고 말았다. 저번 주에 찍은 사진 리터칭 중이었다. 나는 라이트룸이 어쩌고 하면서 아는 척을 했지만 별로 호응을 받지 못했다....;;
어쨌든, 그의 웨딩사진은 한국의 웨딩사진 분위기와는 좀 달랐다. 우리나라의 웨딩은 형식미를 중시하는 반면 독일에서는 관계를 더 중시한다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진에 강렬한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결혼하는 딸을 향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활짝 웃으면서 서로를 껴안는 사람들, 축하한다고 박수치고 등을 두드리고 악수하는 사람들의 무리(무리가 다 찍힌 사진은 없고, 대부분 일부분이 잘려있다), 모든 씬이 자연스러웠다.
한국의 웨딩사진 하고는 좀 다르네. 우리나라는 좀 더 약간 딱딱한, 졸업앨범 같은 느낌? 부케를 던지는 걸 찍고 그걸 받고 좋아하는 걸 찍어. 다소 반복되는 작업 같은 느낌이랄까.
아, 그런 면에서는 독일의 웨딩업계는 사진작가에게는 좀 다행이랄까(?) 아무래도 같은 형식으로 같은 내용과 같은 감정만 작업하게 되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나 자신이 무슨 사진 찍는 기계처럼 느껴질 수가 있지.
너도 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예측하거나 연출해서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어. “여길 보고 웃으세요!”하지 않아도, 결혼식은 수많은 감정이 분출되는 장소라서 오히려 내가 투명해지는 게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돼. 나도 그래서 굳이 끼어들거나 ‘이런 포즈를 잡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아.
그래서 사실 인물사진인데 ‘예쁘게 웃는’ 사진이 없지. 웃는 얼굴도 예쁘게 활짝 이라기보다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 우는 사진이나 담담한 척하는 사진 역시 때로는 얼굴이 구겨져 있잖아? 이런 자연스러운 표정을 잡아내는 게 나의 일이지. 그래서 사실은 일정한 형식 아래서 연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
(듣고 보니 우리나라 사진 업계는 비교적 쉽게 일하는 것 같다....)
혹시 사진 찍힌 사람들이 불만을 말하지는 않아?
대부분 이해하는 분위기야. 모든 순간을 혼자 셀카 포착하는 것처럼 찍을 순 없잖아? 그리고 주인공은 신부 신랑인데. 설령 불만을 듣는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설득할 자신이 있어. 자연스러운 사진이 더 멋진 거라고 말이야.
너는 왜인지 평소에도 자연스러운 사진을 선호할 것 같다.
맞아. 여기 내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보면(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보여줬다)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 전시, 공모전 수상 기록과 그와 관련한 사진들이 있어. 봐, 내 사진 역시 표정이 없지? 나는 인물 사진을 주로 찍는데, 미묘하고 예민한 감정을 포착한 것도 있는 반면에 표정이 아예 없는 것도 많아. 인위적인 감정 표출에 알레르기가 있어. 억지로 감정을 쥐어짤 정도라면, 차라리 표정이 없는 게 나아.(그렇게 말하는 그는 무표정이었다.)
흠, 그렇군. 넌 자연스러운 사진을 선호하고, 우리는 지금 비건 카페에 앉아 있구나?
하하하, 그래 맞아. 식성과 생활습관과 가치관은 어딘가 통하는 데가 있다고 봐. 난 사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되도록 채식을 하려고 노력해. 거창한 도덕적 이유보다는 건강해지고 싶어서야. 난 어렸을 때 맥도널드의 해피밀에 중독되어 있었거든. 사실 중독자가 그렇듯, 항상 난 해피밀을 먹고 싶다는 욕망과 싸우고 있지. 해피밀 중독의 부작용이 그렇듯 엄청나게 살이 쪘었고 몸이 안 좋아서 피곤했고 우울했어.
그리고 그 이후에 해피밀이 나의 질병과 피로의 원인이라는 걸 알게 돼서 끊기고 결심하고,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됐지. 초창기에는 비건이 되기로 결심을 하긴 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 그래서 최대한 채식을 하자는 주의로 바뀌었어.
그리고 해피밀의 해악은 고기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엄청난 설탕량에 있는 거라, 설탕도 웬만하면 제한하려고 노력해. 하지만 노력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서 어떨 때는 멍하니 맥도널드 앞에 서 있거나 이미 매장 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해피밀을 주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 (웃음) 어렸을 때 정을 붙였던 것은 꽤 오랫동안 벗어날 수 없는 건가 봐.
너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오,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나는 사랑해. 나를 나타내는 말은 그래, 'being'이 좋겠네. 여러 가지 뜻도 있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이 단어가 좋아.(끝까지 일관적으로 내츄럴&유기농을 찾는 마뉴엘이었다..... 해피밀의 그의 영혼에 크나큰 상처를 남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