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취재, 그 첫번째.

얼굴도 안 보고 취재를 한다고?

by 위키별출신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취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보물을 건질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다. 언론에 A라는 말을 줄곧 해왔던 사람이 갑자기 B라는 말을 할 수도 있고, 그날 운에 따라서는 날 좋게 봐줬는지 속내에 있는 말을 털어놓을 때도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섭외 단계, 전화상으로 언제 만나면 좋을 지를 결정할 때는 그토록 쌀쌀맞고 사무적이던 사람도, 막상 찾아가면 그런 태도는 싹 사라지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있다. 나 역시 언론으로만 알았기 때문에 오해하고 있던 부분을 그 사람을 만나면 고칠 수 있다.

그만큼 현장에 가는 건 새로운 경험이다. 난 현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전에 백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담당자가 말했다.


“이런 네임드를 왜 또 다시 가서 취재하는 지 전 이해가 안 되네요. 이미 인터뷰를 잔뜩 해서 언론에 넘쳐나는 게 기사고, 이 사람이 인터뷰한 게 50개도 넘는데 왜 또 가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거죠?”


그 사람은 취재를 한 번도 안 해본 게 틀림없었다. 물론 같은 주제로 같은 질문을 던지면야 비슷한 대답이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말이 나온다. 그건 퍼즐의 잃어버린 조각이다. 천 피스 퍼즐의 80퍼센트를 맞췄다고 해서 완결이 아니듯이, 가서 들으면 새로운 조각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전에 찾아냈던 조각과 거의 비슷하거나, 이제까지의 조각이 놓여진 결과물로 유추해 낼 수 있었던 조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닌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발명가라도 된 느낌이다.


퍼즐.jpg


길어졌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취재는 현장에 가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난 현장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이전에 내가 했던 서면 인터뷰라고는 몇 건 되지 않았다. 약속을 잡기 힘든 국회위원이나, 해외에 있는 네임드거나 해서 그쪽에서 원해 와서 서면 및 전화인터뷰로 완결한 적은 있었다. 그 이외에, 교통편이 험난한 전라도의 한 섬에 기거하고 계신 분이라 전화로 인터뷰한 게 기억에 남는다.

별로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현장에 갔다면 더 좋은 말을 뽑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조금 찝찝한 느낌이 남았다.



그런데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졌다. 그 여파로 거리두기, 원격교육 등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서비스가 문화 전반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저… 죄송한데 마스크를 쓰고 와서 얼마나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전화 저편의 상대방은, 혹시 내가 자신에게 코로나19를 옮길 가능성은 없는지를 걱정하는 게 분명했다.


“네, 보통 1시간, 그리고 이야기가 길어지면 한 시간 반 정도가 되기도 해요.”

“아, 네.”


긴 침묵. 이건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불편해하고 있는 거다. 침묵은 나도 참기 힘든 것이라, 나는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였다.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둥 했지만, 나 역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저어, 그러면 혹시 걱정되시면 전화 상으로 인터뷰 하시겠어요?”

“오! 아, 네 좋아요.”


즉답. 어이없을 정도로 명쾌한 승낙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번이나 언택트로 취재를 진행했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언택트 취재에 대한 감상, 실패, 주의점 등을 서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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